[안보프리즘] 미국의 한국 핵무장 여론에 귀 기울여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12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김 위원장이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국이 북핵(北核) 고도화에 대응해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이를 용인할 것이란 취지의 주장이 최근 미국에서 또 제기됐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공약을 철회하고 한국이 한반도를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의 제니퍼 린드 교수와 대릴 프레스 교수는 지난해 11월 7일 “한국은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미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얼마 전 외교·안보 전문 잡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약속 및 핵우산 공약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신해 핵전쟁을 치르겠다고 약속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미국의 북한 체제를 끝내려는 시도에 대해선 언제든 미 본토 및 동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핵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미국의 핵우산 약속은 훨씬 더 위험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제공하고 있는 확장 억제(핵우산) 전략이 미 안보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 핵우산을 만들어주다 오히려 자신들이 북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밴도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는커녕 제한하는 것도 거부할 경우, 미국과 한국은 이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며 “(두 국가의 적응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핵 보유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핵무장을 통해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영국·프랑스·중국·인도·북한 등의 나라가 안보 문제를 앞세우면서 미국을 따라 잇따라 핵무장을 했다”며 “한국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전 세계는 과거 ‘핵 클럽’에 가입했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핵 보유’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니퍼 린드 교수의 ‘한국 핵무장론’ 기고문이 나온 뒤 토비 돌턴 미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국장은 안보 전문매체 ‘워온더록스’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한국 핵무장 주장에 반대했다. 돌턴 국장은 당시 “한국의 핵무기는 역내 안보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자 밴도 선임연구원이 돌턴 국장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밴도 선임연구원 등이 주장하는 한국 핵무장론은 아직은 미국에서 소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차원의 주장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미·중 충돌과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로 동북아 전략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2022 SAND(샌드) 동북아 국제포럼’이 12월 1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됐다. 안보, 통일 전문인 ‘샌드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 전환을 통한 남북 경제 통합,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과 남북 핵 군축을 위한 전략’ 발표에서 “북한의 대남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노골화하고 매우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남북 핵군축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핵 문제의 30년 역사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과거 북한이 설마 핵실험까지 하겠느냐고 했지만, 핵실험을 했다. 대륙간탄도탄이 아니라 인공위성 로켓일 거라고, 끝내 못 만들 거라고 했지만 정반대로 됐다. 핵실험은 한 번 하고 그치겠지 했는데 6회나 했다. 설마 했는데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 우라늄 농축은 못 할 거라고 했는데 했다.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까지 용인하지는 못할 거라고 했는데 용인했다. 이 과정에서 북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는데 아니었다. 북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는데 북한 스스로 주목표가 한국이라고 밝혔다. 북핵은 외교 협상 카드라고 했는데 실전용 전술핵까지 개발했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을 부정하고 싶지만 북한은 기를 쓰고 핵무기 양산과 운반수단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10월 27일 미 국무부 보니 젱킨스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한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핵)군축 (협상)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우산이 결국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의 고도화로 위협이 증가하고 대한반도 핵우산 제공에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질 시 미국은 북한과 군축 회담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해 왔지만 재고돼야 할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미 정보기관들 총괄 지휘부(DNI국가정보국장실)의 주재로 비공개 북핵 토론이 열렸다. 처음으로 북핵 문제만으로 열린 것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 퍼센트”라고 말했다고 한다. 토론에 참석한 국가정보국장실 분석가 출신은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발사할 국가가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북한”이라고 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이제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으며 북핵 사용 억지가 목표가 됐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미국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북핵 사용 억지를 위한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이 100개, 200개를 넘어가는 상황을 도저히 방치할 수 없다. 한국의 이익을 희생하고 북한에 양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과 동맹국을 설득해 핵무장 하는 길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