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문재인 정권, 아프간 사태 반면교사로 삼아야

18일(현지시간) 시위대는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앞세워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사진=InamKak62765267 트위터

이슬람 무장단체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8월 15일 탈레반은 아프간 대통령궁을 점령한 뒤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이자, 탈레반이 주요 거점 도시 장악에 나선 지 채 10일도 안 돼서다.

지난 5월 미군 철수 시작 후 탈레반은 급속히 세력을 확대했다. 이러던 와중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20년간 수조 달러를 썼다. 30만 명이 넘는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하고 현대적 장비를 갖춰줬다”고 했다.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자기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하는데 그렇치 못했다”고 했다. 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유엔국제이주기구(IOM)는 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거처를 잃었고, 35만 9000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난민 중 상당수는 밀무역 트럭에 몸을 싣고 국경을 넘거나, 탈레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정부군 통제지역으로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1970년대 월남 패망 후 보트피플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군이 월맹군에 밀려 국외로 탈주할 때와 같이 아프간 정부군도 국경을 넘어 탈주하거나 탈레반에 항복하는 등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당시 1973년 닉슨 행정부가 월맹군과 파리평화 협정체결 뒤 1975년 월맹군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됐다 1976년 4월 무력통일됐다.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탈레반과 평화 협정체결 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2021년 철군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지난 2001년 붕괴한 뒤 국제사회의 아프간 재건 노력에 동참해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아프간에 지원한 유·무상 원조는 약 10억 달러(약 1조 1700억원)나 된다.

이렇듯 아프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내부 일부 좌파 극단세력은 종전협정이니 평화협정을 외치면서 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적대세력이 어디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여기에 맞춰 전략을 바꾼 뒤 부대들을 재배치한다. 최근 미국은 일본과 함께 중국의 패권에 대항한 쿼드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면서 빠져 있다. 미국이 동맹국 방어에도 차등을 두려고 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가 아닌가”를 동맹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우리가 반미나 외치면서 미군 철수를 계속 주장하면 안 될 이유다.

만약 미국이 철수를 결정한다면 합의에 따라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를 결정한다. 이어 한국은 한미연합사의 발전적 해체라며 미군 장성과 부대가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 구조를 제안할 수도 있겠지만 미 의회는 반발하면서, 결국 철수가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만 8500여 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8500여 명은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필리핀지역에, 1만여 명은 인도네시아, 괌으로 재배치되고, 1만여 명은 하와이와 미 본토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미군 철수에 따라 다음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일단 국제금융 자본은 물론 일반 기업과 각급 학교에서 일하던 외국인 중 미국과 유럽 국적자들이 이탈할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 고소득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공실(空室)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주한미군 병력과 장비가 빠져나가는 와중에 한국 정부는 남북군사합의 이행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남북 간 신뢰를 앞세우면서 ‘동아시아 안보협력 구상’이라는 것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남북과 중국, 러시아가 함께 하는 안보 공동체를 발의하고 중국은 한국 정부의 이런 노력을 환영,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다면 한국 경제는 또 급격히 중국에 경사돼 한중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되고 증시까지 중국인과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또한 해외 국내 투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끝내기로 밝힌 시점부터 사실상 막히고 한국계 외국인과 부유층은 달러나 엔 등 현금으로 바꿔 대거 탈출을 시도할 것이다.

여기서 일본은 난민 신청을 하려는 한국인 급증을 예상하고 아예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해버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동시에 한국인이 일본 내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도 제동을 걸고 불법입국 체류를 철저히 단속, 일본에서 사업을 하거나 취업한 한국인들마저 쫓겨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북한의 국내 친북세력인 좌파 정당 정치인, 민노총 등 친북 단체들이 발호해서 중국 지원하에 북한과 평화 통일 연공 합작을 주장하면서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규모 경제원조 제공 합의에 이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수조 달러의 돈을 퍼부어 경제가 악화된 데 반해 아프칸 지도자는 탈레반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박약했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모습인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전협정 폐기나 평화협정 체결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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