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잇따른 국가재산 절도에 ‘골머리’…범인 행방은 ‘묘연’

소식통 "맹독성 물질 '시안화나트륨 80kg도 없어져...주민 불안 증폭"

대동강축전지공장(2012년). /사진=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에서 국가재산 도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난에 물건을 훔치는 일이 늘고 있지만, 범인의 행방이 묘연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최근 (평성시) 평성동에 위치한 대동강축전지공장 분공장에서 자동차 배터리 절취 사건이 벌어졌다”며 “공장에서 만든 재생 배터리 30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범인들은 빠루(쇠 지렛대)를 이용하여 창고의 열쇠를 파괴하고 물건을 가져갔다”면서 “시(市) 안전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동강축전지공장은 북한 내각 채취공업상 산하 공장이다. 이곳의 자재나 물품은 모두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도난 시 처벌받는다.

이와 관련, 북한 행정처벌법(89조)은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재산을 훔친 자 에게는 3개월 이하의 노동교양처벌을 주며 절도 평가액이 2만 원(북한 돈) 이상이면 가중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역전과 종합 시장 주변에서 상인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살던 ‘꽂제비’들과 짐꾼들이 일감이 없어 놀고 있다”면서 “안전부에서는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꽃제비와 짐꾼들은 역전과 종합 시장 주변에서 상인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일당을 받아 생활해왔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북한 수사당국이 이들이 물건을 훔쳐다 다른 곳에 팔았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물건을 훔쳤다는 특별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NaCN)’이 도난되는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도(道) 광업관리국 물자관리소 시안화나트륨이 인수과정에서 도둑맞은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분실된 양은 한 도람(드럼, 80kg)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 보안서는 지역 관내의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유통하는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집중 검열에 들어갔다”면서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이 분실 사고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소다로 불리는 시안화나트륨은 금광석을 제련하거나 전기도금, 농약 및 의약품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시안화나트륨은 물이나 산(酸)과 반응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시안화수소(HCN) 기체를 생성한다.

소식통은 “시안화나트륨이 주로 금과 은의 제련이나 꿩과 같은 새의 밀렵에 사용된다”며 “싸이나(시안화나트륨)을 주로 사용하는 기업소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을 제련하는 기업소에서 경제난으로 인해 제련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는 이야기다.

시안화나트륨은 지난 2015년 중국 톈진(天津)시 빈하이(濱海)신구 탕구(塘沽)항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의 원인 물질이다.

북한도 이처럼 대형 폭발사고 발생 및 유독가스 유출 우려가 있지만, 수사 당국은 아직 범인의 윤곽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