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웅장한 도시 평양, 그 이면에 숨겨진 북한의 현실은?

[새책] ‘평양 882.6km’... 평양의 삶을 결코 꿈꿀 수 없는 일반 주민들에게 평양이란?

<평양882.6km –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의 표지.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때때로 북한을 여행하고 돌아온 외국인들은 수도 평양이 그렇게 발전한 도시인줄 몰랐다고 얘기한다. 누추한 행색, 빈민촌을 연상케 하는 낡은 집들이 북한에 대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양에서 대체로 화려하고 높은 빌딩과 깔끔한 도시 설계, 양장 차림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시민들과 함께 길 거리에서 버스, 택시, 자가용이 쉴 새 없이 다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그들이 연상했던 북한 또한 실재한다. 얼기설기 지은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 허름한 옷차림에 까맣게 얼굴이 탄 사람들이 시장에 모여 앉아있다. 다른 나라 같지만 혁명의 수도 평양과 북중 국경지역 농촌 마을의 풍경이다.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의 신작 <평양 882.6km –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은 평양까지의 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과 그 앞에선 한 군인의 대조에서부터 출발한다. 표지판 앞에선 국경지역의 한 앳된 얼굴의 군인. 그에게 평양은 어떤 곳일까.

평양제1백화점과 장마당, 려명거리 고층살림집과 너와집, 미래과학자거리와 하모니카 주택, 평양지하전동차와 목탄차…

평양의 화려하고 웅장한 시설들과 북중 국경지역 한 마을의 풍경을 대조하며 사실 그대로 북한의 모습이 어떠한지 생각하게 한다. 책은 이미지의 대조가 모순적으로 느껴지듯 평양 안에서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평양의 전체가 아님을 보여준다.

강 교수는 “김정은 시대의 평양은 ‘기념비적 건축물’ ‘멋쟁이 건축물’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건축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두가 평양을 볼 때 누군가는 주민들의 일상이 담긴 곳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노동당 시대의 멋쟁이 건축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 청소년 과외 교육 교양의 최고전당으로 훌륭히 전변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 북중 국경 지역에서 목격한 북한 청소년들은 페트병을 주워 팔고, 노력동원에 가기 위해 트럼 짐칸에 실려가는 모습들이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북중 국경지역을 수십차례 오가며 벌써 22권의 책을 낸 저자이지만 강 교수는 이번 신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더 가까이 담기 위해 절벽이나 높은 산 위에 올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공안의 감시와 맞딱뜨린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양 882.6km –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에는 그만큼 자세하고 생생한 북한의 모습이 담겼다. 시장 매대에 어떤 물건이 올라와 있는지, 어떤 물건을 사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