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카드 제시, 해결방안 될 수 없어…협력 원칙 밝히는 게 중요”

전문가 "대북 전단 차단도 답 아냐...정부, 위기 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일방적인 대남(對南) 공세로 그동안 우리 정부의 화해·협력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 노동신문은 북한 매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에도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줄곧 남북 협력 카드를 내밀었던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젠 북한에 공을 던지기보다는 긴 호흡을 두고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NK에 “최근 북한의 대남 공세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목표와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당장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북한의 군사 행동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사실상 5·24 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발표하고 남북 교류협력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실천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화 카드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더욱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대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이른바 ‘선순환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의 틀과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우리 정부의 협력 제안에 북한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 문제는 북미 양자 간의 이슈이고 한국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 것처럼 유화 카드를 던지기보다는 비핵화 및 남북 협력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게 오히려 현명한 방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첫째,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는 부분과 둘째, 비핵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수준 높은 경협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조치가 현실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북미협상을 끌어냈던 2018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 낸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의 국지적 도발 대응 단계를 점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주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4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대북 전단 차단, 이 원하는 본질 아냐정치·경제적 실익 최대한 얻겠다는 것

또한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를 시작으로 열흘여 동안 이어진 대남 공세는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대북 전단은 일종의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요구대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다고 해도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질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바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북제재는 철회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경제협력을 추진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북한이 대남 비난 공세를 열흘 동안 지속해왔다는 것은 전단살포 금지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남북관계를 긴장시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내부 동요를 차단 시키겠다는 다른 목표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