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야심찼지만… “국가식량판매소, 쌀 없어 사실상 ‘휴점’ 상태”

소식통 "많아야 쌀 10포대 수준...당국, 국제사회 쌀 지원 적극 수용 계획"

지난해 가을 낟알털기(탈곡) 작업을 진행 중인 평안남도 숙천군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쌀 수급과 가격 통제를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국가식량판매소가 현재 판매할 쌀이 없어 사실상 휴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일반 주민에게 판매할 수 있는 쌀이 바닥난 상태라는 전언이다.

최근 데일리NK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각 지역 국가식량판매소는 매일 문을 열고 종업원도 출근하고 있지만, 정작 판매 물량은 없는 상태에 빠져있다.

소도시의 국가식량판매소는 물론이고 혜산(양강도), 신의주(평안북도) 같은 대도시의 식량판매소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물량이 그나마 있는 판매소도 많아야 쌀 10포대를 가지고 있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특히 평양 소식통은 “평양 시민 상당수가 배급 받는 기관 간부들이기 때문에 국가식량판매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서 “평양의 국가식량판매소 실적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현재도 운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일 평양을 시작으로 전국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조금 더 싼 가격으로 1인당 5일치의 쌀을 판매했다.

당초 북한 당국은 1인당 3개월분의 양곡을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물량 부족으로 이를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식량 공급 중단… “국가도 쌀 없는 건가” 우려 확산)

이런 가운데, 이달 초 국가가 전국적으로 판매한 쌀과 옥수수는 거의 북한산이었으며, 중국에서 들여온 쌀과 옥수수는 이번에 대체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리병철이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쌀은 일부만 평양 공급으로 활용됐고, 약 80%는 당의 비상미(米)로 저장됐다는 게 고위 소식통의 전언이다.

리병철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외부에서 쌀을 들여온 것이 문제가 돼 경질된 만큼 당국이 해당 물량을 이번에 주민들에게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가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힐 경우 이를 받아들이고 지원받은 식량을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유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통해 “곡물 700만t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2018년 495만t을 생산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후 유엔을 통해 내부 식량 상황을 공개한 것이라는 게 고위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당 내부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지원받은 쌀이나 옥수수 등을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당국은 쌀 가격을 안정화하면서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고 동시에 국가의 식량 공급이라는 선전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북한이 이런 계획을 세운 만큼 쌀 지원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민 분배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기구나 국가의 식량 지원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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