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여곡절 끝에 국가식량판매소 개소…시장 영향은 ‘미미’

소식통 "1kg당 200원 저렴하지만 품질 좋지 않아...주민들 시장 판매 쌀 선호"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식량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 당국이 신설한 국가식량판매소가 최근 개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주민들의 이용이 부진해 시장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1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각 지역에 국가식량판매소가 개설돼 운영을 시작했으며 쌀과 강냉이(옥수수)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쌀과 강냉이 외에 다른 곡물이나 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곡물 수급과 가격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국가식량판매소를 계획했으나 각 도당(道黨) 및 시당(市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개소가 지연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국가식량판매소 시작부터 삐걱시범 구역 선정 제대로 안돼)

당국의 국가식량판매소 개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개인들의 식량 거래를 중단시키고 국가가 식량 거래를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국가식량판매소가 개소했다고 해서 당국이 시장에서의 곡물 거래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거나 금지하려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국가식량판매소에서는 시장보다 1kg당 2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쌀을 판매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식량판매소보다 시장에서 파는 쌀을 선호하고 있다.

국가식량판매소가 최소 10kg 이상부터 쌀이나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는 데다 쌀의 품질이 좋지 않고 종류도 단일화돼 있어 시장에서 좋은 쌀을 골라서 사 먹는 것이 낫다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주민들은 한 번에 10kg 이상씩 쌀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가식량판매소는 중간 도매상점의 역할을 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가식량판매소의 주 이용자는 시장 곡물 상인들로, 이들이 식량판매소에서 쌀을 구매해 시장에서 소매로 팔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 세대당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개인 상인이 한꺼번에 대량 구매를 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소식통은 “국가식량판매소가 문을 열든 말든 사람들은 이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식량판매소가 실제 인민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식량판매소 운영이 시장 곡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취재 결과 지난 18일 기준 쌀 1kg당 시장 가격은 평양 4000원, 신의주 4000원, 혜산 4200원으로 지난 3월 이후 오름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7일 기준 쌀 가격이 평양 3700원, 신의주 3900원, 혜산 40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8%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식량판매소 개설로 인한 여파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년에도 3월 이후 춘궁기(春窮期)에 들어서면서 쌀 가격이 다소 상승하곤 했었다.

소식통도 “이때쯤 항상 쌀 가격이 오른다”며 “국가식량판매소 때문에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