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입은 은파군 주민들, 구호물품에도 여전히 어려움 호소

구호미로 빚 갚고 식량 없어 끼니 걸러…국내산 아닌 중국산 생활용품에 불만 표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큰물(홍수) 피해를 본 은파군 대청리 주민들에게 9일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폭우로 수해가 발생한 북한 황해북도 은파군의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양곡 등의 구호물자가 전해진 뒤에도 여전히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 9일 은파군에 양곡을 실은 수송차들이 도착하고 수해 구제를 위한 물자들이 베풀어져 고마움의 눈물을 훔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이 또다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은파군의 주민 중에는 이미 빚을 진 상태에서 구호를 위해 내려진 양곡으로 빚을 갚은 경우가 많아 현재 먹을 것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와 관련해 은파군의 한 농장 10여 세대는 빚쟁이들에게 쫓겨 구호미로 빚을 갚고 난 뒤 식량이 없어 현재 끼니를 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피해 주민 대부분이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농장원들인데 그중 60%가 이번에 내려온 배려 식량으로 세 끼 중 한 끼를 대체하거나 세끼 죽을 쑤어먹는 정도이고, 혹은 쌀을 팔아 강냉이(옥수수)로 바꿔 먹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주민들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르타르 한 삽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살림집 건설에 동원되고 있는데, 영양실조의 몸으로 억지로 힘을 짜내서 일하니 건설이 진척되지 않아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구제미로 준 배려 식량은 10월 10일(당 창건일)까지의 대체식량이지만 주민들은 그때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며 “게다가 앞으로는 더 이상의 지원도 없을 것이라 어떻게 살아갈지 모두 근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은파군에 전달된 구호물자 대부분이 중국산 물품이어서 주민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칫솔, 치약, 세숫비누와 같은 부피가 작은 생필품들만 국내산이고 침구류나 부엌세간, 화식기재와 같은 가정용 생활용품은 전부 중국산이어서 이에 불만을 표한 주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은파군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하찮은 것까지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형편인가’ ‘이런 시시한 물품까지도 다 중국에서 들여와야 하는가’ ‘도대체 이 나라는 조선(북한)인가 아니면 중국의 한 부분인가’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주민들은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수해까지 당해 살아갈 길이 막막하니 화가 치밀어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정부에 반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