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내려진 낟알 오존처리 기술 도입 지시에 현장선 ‘황당’

8월 말까지 실행하라며 검열 지시하기도…"보관할 양곡 어디 있느냐" 불만 나와

북한 라선시 양정사업소.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가을을 앞두고 곡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오존처리 기술을 받아들여 일반화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지시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가을에 거둬들일 햇곡식 보관을 위해 양정 부문과 농장들에서 낟알을 오존처리하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8월 말까지 실행하라는 내각 농업위원회의 지시가 이달 초 도 인민위원회, 농촌경리위원회들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농업위원회는 ‘도별로 시·군들이 양곡 보관창고들을 일제히 실사 점검하고 조건을 다 갖추었는지를 호상(상호)검열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군들 간의 교차 검열로 오존처리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지 들여다보도록 했다는 것.

평안남도는 이 같은 지시를 그대로 시·군에 내려보내면서 ‘호상검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8월 말까지 빠짐없이 보고하고, 어떻게든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지시를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군 인민위원회 양정부 산하 양정사업소들과 농장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낟알 오존처리 기술 도입에 관한 지시 문건이 내려오자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 내린 지시를 어떻게 접수하고 집행해야 하며, 검열까지 받아야 하느냐’며 황당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심지어 일부 양정 부문 일꾼들은 ‘해마다 농사를 지었어도 보관할 양곡이 어디 있었느냐’, ‘올해라고 건사할 양곡이 남아 있겠느냐’면서 별안간 내려진 지시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실상 도에서도 중앙에서 내려온 낟알 오존처리 기술지도서를 무작정 시·군들에 내려보낸 것”이라며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고 검열만 한다는 것도 사실은 난감하다는 입장인데 아래 단위에서도 모두 불만을 토해내니 일단 흉내라도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에서는 수시로 내려오는 중앙의 지시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인데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면서 형식적으로라도 반응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으나 현장 일꾼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니 낟알 오존처리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도 결국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그냥 주저앉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