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생활 안착 멀었는데 도당은 거짓 감사편지…원성 자자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북한 함경남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호가 침수됐다며 물에 잠긴 주택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함경남도 당위원회가 폭우에 의한 홍수 피해로 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은 수재민들의 생활 보장에 심혈을 기울이기는커녕 거짓 감사편지를 올리게 해 비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함경남도 당위원회는 앞서 10일경 큰물(홍수) 피해로 고생하는 신흥군의 로(老)당원들과 간부 가족들을 도당에 불러놓고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 감사편지를 올려야 한다면서 있지도 않은 선물 구호물자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 선전부는 “지금 온 나라가 달라붙어 도와주고 원수님 사랑을 실은 구호물자들도 내려왔으니 당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올려야 한다며 우리가 이미 다 써놓았으니 옷차림을 최대한 정중히 하고 오라”며 로당원들과 간부 가족들을 신흥군당 선전부에 불렀다.

그러나 실제 신흥군에는 나라에서 보내준 물자가 내려온 것도 없었고 군대와 노력 동원만 진행 중인데, 선물을 잘 받고 행복하다는 편지를 올리라니 주민들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되도 않는 말을 하는 도당의 처사에 기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현재 주민들은 일하던 작업장이나 사무실, 여관 합숙, 기관 건물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잊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 감격의 편지를 올려 당과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는 사업이 우선이라는 선전선동까지 하고 있으니 주민들은 어떤 비난을 해야 속이 풀릴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아래 실정을 그대로 보고하지도 않을뿐더러 복구를 우선하기보다 가짜 감격의 편지로 당을 속이는 것이 지금의 도당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특히 작년 수해 때 도당 책임비서가 떨어져 나간 것을 거론하면서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과 몰입된 충성만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현재 신흥군의 수재민들은 주택도 아닌 차가운 건물 안에서 생활하면서 배앓이, 설사, 발열로 고생하는 것은 물론 먹는 물마저 없어 힘들어 하고 있으며, 살림살이를 다시 장만해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큰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민들의 사정을 매일같이 보고 받고 있는 도당과 신흥군당은 어떤 도움을 주거나 피해복구 성과도 없으면서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는 말만 하고 있어 주민들은 더욱 화가 난다는 입장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자기들의 목이 날아날까 두려워 자리지킴이나 하고, 상부에 아부아첨하고, 거짓된 충성심을 보이는 이런 간부들이 있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간부들 밑에서 살아가는 인생을 개탄스럽게 여기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2면에 ‘온 나라 대가정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삼가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홍수 피해를 본 신흥군 읍지구의 주민들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낸 감사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