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살다 탄원에 걸려 지방으로…불평불만 지속하다 체포

황남 과일군 내려온 뒤 "지방에서 어떻게 살겠느냐"며 불만 표출…가족들까지 모두 사라져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방문한 평양 만수대 창작사 입구.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수도 평양에 살다가 지방 탄원 방침으로 황해남도 과일군에 가게 된 주민이 지속해서 불만을 표출하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평양에 살다 지방 탄원에 걸려 황해남도 과일군에 내려온 한 주민이 이에 불만을 표출하다가 지난 7일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에 붙잡힌 40대 주민은 만수대창작사에서 화가로 일하다 지방 탄원에 걸려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과일군으로 내려오게 됐다.

이후 그는 과일군 안의 모자이크 벽화나 동상, 유화 작품, 당 선전물들을 수복(修復)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과일군 당위원회 선전부 소속 수복실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방 출신인 이 주민은 실력이 좋아 대학 졸업 후 평양의 만수대창작사에 배치됐는데 지방 탄원 방침이 떨어지자 당 조직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할 수 없이 탄원하게 됐다”며 “지방에 살던 주민들을 우선 탄원시키는 것이 방침이었기 때문에 이 주민이 걸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주민은 그림을 파는 외화벌이 일꾼으로 외국에 파견돼 있던 도중 발언을 잘못한 것으로 비판서를 쓰고 근신 처벌을 받은 적이 있어 지방 탄원에 몰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다만 이 주민은 과일군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고부터 ‘지방에서 어떻게 살겠느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방 탄원에 걸려서 농촌에 내려오게 돼 한이 맺혔다’며 탄원 진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왔다고 한다.

또 계속해서 ‘내가 왜 지방으로 내려와야 하나’,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은 지방으로 쫓겨나야 하느냐’고 푸념하다 주민들의 말밥에 올라 결국 문제시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주민이 속해있던 당 조직은 그의 동향을 주시해왔는데, 그가 불만과 불평을 멈추지 않자 수복실 전체 직원들을 통해 그의 문제 발언들을 파악하고 이를 문서화해 직원들의 수표(사인)까지 개별적으로 받아 군당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군당은 항시 불평불만을 품고 지방을 마치 사람이 못살 곳, 유배지처럼 치부하는 자는 당의 선전물을 수복하는 작업을 하는 성스러운 곳에서 일할 자격이 없으며 사상적으로 맑고 순진한 지방 사람들에 사상적인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결론하고 보위부에 의뢰해 그를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주민이 붙잡힌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그 가족들도 모두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를 보위부의 소행으로 보고 가족들이 심심산골로 추방됐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