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단군 제대군인들 호소 편지에 도 인민위원장 달려와 사과

땔감은 물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어…아내들까지 도망가자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양강도 감자수확 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양강도 대홍단군에 무리배치된 제대군인들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인민위원회에 집단으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양강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제대군인 가정을 찾아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난해 대홍단군의 한 농장에 무리배치 받은 제대군인 5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도 인민위원회에 올려 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양력설을 쇠고 이틀 후에 직접 제대군인들 가정을 방문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5명은 한 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지난해 제대 직후 대홍단군에 강제 배치됐다.

제대군인들은 도의 관심 속에서 결혼까지 하고 잘 정착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12월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온기도 잘 들지 않는 집에서 생활하면서 땔감은 물론 먹을 것, 입을 것 등 의식주에서 부족함에 시달렸다.

이들은 대홍단군에 배치될 당시 1년 치 배급으로 각자 감자전분 10kg, 감자 100kg, 썩은 감자 30kg을 받은 것이 전부였으며, 배추나 무 같은 김장 재료는 전혀 공급받지 못해 ‘반년식량’인 김치도 담그지 못했다.

이런 어려운 형편에 제대군인들의 아내들은 모두 고향으로 달아나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으니 이혼해달라’는 독촉장만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군인들은 대홍단군에서 달아나면 낙인이 찍힐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 합심해 도 인민위원회에 도와달라는 호소 편지를 올렸다.

이들은 우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구구절절 적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위인의 발자취가 역력한 역사적인 고장이지만 도무지 이곳에서 살 궁리가 나지 않는다’, ‘부대에서 무리배치할 때 보낸 개인 문건을 손에 쥐여 주면 퇴거를 떼고 고향에 돌아가 조용히 살겠다’는 등의 내용을 쓴 뒤 맨 밑에 각자의 서명을 담았다.

편지는 곧 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됐는데, 그는 이 사실이 중앙에 알려질까 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곧장 대홍단군에 내려가 제대군인 가정을 찾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인민위원장은 집에 감자알만 뒹굴고 땔감이 없어 차디찬 방에서 일도 나가지 못하고 죽지 못해 지내는 제대군인들의 모습에 ‘무리배치 제대군인들의 생활에 무관심한 간부들의 잘못’이라면서 사과하고 이들의 생활을 잘 돌봐줄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