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남시장 옆 국가 주도 수매상점 새로 꾸려…장마당보다 값싸게?

평양 광복지구상업중심 가공음식 매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물건을 보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도내에 국가상점을 늘려 국가 주도 상업망을 구축하라는 지시에 따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시범으로 새 수매상점을 만들고 방식상학(모범이 될 만한 본보기를 따라 배우도록 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국가등록 상점들을 늘리고 국가 위주의 경영체계로 갈 데 대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청진시에서 시범으로 수매상점 한 개를 새로 개통하고 의탁판매 인민봉사 경영체계 도입 성공을 알리는 방식상학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는 최근 수남시장 인근에 새 수매상점을 꾸리고 인민소비품(생활필수품)을 싼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포치하면서 개장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청진시는 이번에 여는 수매상점에 ‘수남 제1수매상점’이라는 정식 명칭을 붙이고 인민위원회 봉사사업 영업허가증과 경영증서를 발급하는가 하면 책임자, 공업품 판매원, 식료품 판매원, 출납원, 경비원 등 총 5명의 인원을 종업원으로 등록시킨 상태다.

소식통은 “수매상점을 장마당과 인접한 곳에 개장했는데, 이는 수매상점에서 장마당보다 싼 가격의 공업품, 식료품을 판매하고 또 시간도 장마당보다 빨리 열고 늦게 닫게 해 수요자를 늘리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는 ‘장마당은 수령님(김일성) 때부터 농민들의 농토산물만 파는 시장으로 돼 있었는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국가봉사체계가 무너지고 부패타락한 자본주의적인 시장으로 됐다’면서 고난의 행군 이전의 체계로 돌아갈 것을 완강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특히 도당은 8차 당 대회를 기해 앞으로 5년 내 모든 공업품, 식료품, 전자제품, 피복류 등 전체 인민소비품을 국가경영 상점들에서 값싸고 질 좋은 것으로 판매하게 하는 경제체계를 일으켜 세우려 한다는 북한 당국의 계획을 강조했다.

이어 도당은 ‘모든 주민이 당 정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면서 ‘시장 장사꾼들은 이 추운 날에 시장에서 덜덜 떨면서 물건을 팔 것이 아니라 물품들을 전부 수매상점에 넘기고 돈을 받는 형식의 편한 방법으로 장사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들은 이런 정책이 장사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살아가려는 주민들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이라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새 수매상점은 주민들에게 물건을 받아 싼값에 판매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주민들은 국가상점이라는 것을 내걸어 주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싼값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받아들이기를 꺼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매상점들의 경우 개인에게서 물품을 일부 넘겨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경에서 밀매해오는 물건들을 시장이나 다름없는 값에 판매하고 있어 주민들은 도당의 설명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정부의 현 수매상점 정책을 파악한 주민들 대부분은 정부가 현재는 강요할 형편이 못 되지만 앞으로 시장화를 없애고 국가 수매상점들을 잔뜩 늘일 기세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하면 힘없는 백성들이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힘 있고 돈 있는 주민들, 간부 가족들이 판매소를 차지하고 그들의 판으로 돼 가고 있는데 잡도리를 보니 국가 장사를 우위에 놓겠다면서 힘없는 백성들의 개인 장사를 죽이겠다는 것이라 주민들은 침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