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회령 주민 20~40%, 식량 공급 포기…울분의 ‘양도’ 선택

북한 양강도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잡곡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식량을 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공급에 나선 가운데, 일부 돈 없는 세대들은 쌀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청진시와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의 도, 시, 군들에서 시장 가격보다 싸게 식량 판매(공급)가 시작됐다. 이 지역에서 쌀이 1kg에 7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는데, 당국은 3500~4000원 정도로 공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령시의 남문동, 성천동, 강안동, 유선동 등에서 10세대 중 2~4세대가 돈이 없어 식량 구매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경봉쇄의 장기화와 시장 활동 제한 조치로 주민들의 주머니가 더욱 궁핍해졌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시장 활동이 제한되기도 했고 특히 2년 가까운 밀무역 차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국경봉쇄로 돈이 돌지(유통) 않으니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주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 식량을 구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조치로) 눅은(싼) 가격의 쌀이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 돈이 없어 쌀을 구입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뾰족한 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식량 접근권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돈이 없어 쌀을 못 사는 세대들을 서로 도와주어 당의 배려를 받을 수 있게 하라고만 하고 있다”면서 “‘시장보다 눅게 판매해 주는데도 식량을 구매 못 하면 우리(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이 식량 구매를 포기하고 다른 세대에 구매권을 넘겨주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여유가 있는 장사꾼 등에게 일정의 돈을 받아 식량을 구매해 그들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못사는 주민은 급하게 필요한 자금을 얻을 수 있어 좋고, 장사꾼은 가격이 오를 때를 대비, 식량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거래가 성립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는 “주민들은 ‘다 나라가 가난해서 인민들을 배불리 못 먹여 살린다’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처음부터 더 싸게 가격을 조정했다면 이 같은 웃지 못할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을 북한 당국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정치사업자료에서 북한은 “이 공간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꿔 많은 식량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을 반사회주의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단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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