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주민 통신 수요 높아지자 체신소들 자금 계획 ‘고삐’

국경봉쇄 완화에 물동량 증가하는 동향 관찰돼…집 전화기 두려는 주민들에 체신소 기회 포착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평안북도 체신국은 최근 주민들의 통신 수요가 늘어나는 동향이 관찰되자 연초부터 자금 계획 수행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작년부터 국경봉쇄가 조금씩 완화되면서 국경 지역들에서 밀수, 래왕(왕래)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물량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그에 못지않게 전화 통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자 도 체신국은 이 기회에 한 해 자금 계획을 첫 분기에 전부 몰아붙일 요량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도 체신국은 올해 주민들의 통신 수요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진 것을 언급하면서 도내의 모든 체신소, 특히 신의주, 룡천, 의주, 철산 등 국경 연선에 있는 곳들에 ‘첫 분기에 불을 지펴 한해 자금 계획의 성과를 올리라’고 당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신의주, 룡천, 의주, 철산 등 국경 지역에서는 국경봉쇄 완화에 따라 물동량이 소리 없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지역들의 도매업자들은 통신비가 비싼 손전화기(휴대전화)보다도 통신비가 상대적으로 싼 집 전화기를 더 선호해 한 집에 두 대씩 집 전화기를 두려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두 집이 함께 ‘쁘라찌’(전화선을 공유)해서 쓰던 전화가 도청당하거나 비밀이 새어 나가는 등의 불편으로 독립적으로 집 전화기를 두고 쓰려는 세대들도 늘어나 연초부터 체신소들에 집 전화기 설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도 체신국은 1분기 이내에 올 한해의 자금 계획을 앞당겨 수행하자는 목표로 도내의 모든 체신소들을 달구는 한편, 집 전화기 설치에 드는 비용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난달 기준으로 신의주시에서 집 전화기를 두려면 350~450달러(한화 약 46~60만원)가 들고 룡천군은 지역 특성상 밀수, 무역거래가 가장 활발해 400~500달러(약 53~66만원)가 든다”고 말했다. 집 전화기 설치에 100~250달러(약 13~33만원)가 드는 평양과 비교해 국경 지역이 배로 비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중국에서 넘어온 물건은 신의주 세관을 거쳐 각 지역으로 분포되는데 여기서 꼭 거쳐야 하는 길목이 룡천군”이라며 “물건이 제일 빠르게 유통되고 도매가격이 정해지는 지역이라 집 전화기 수요도, 설치 비용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룡천군에서는 집 전화 설치 관련 비용을 비싸게 받는 체신소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일부 주민들이 도당위원회에 신소하기도 했지만, 아무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도당에서 신소 처리로 현지에 내려와 검열하기도 했으나 도당 간부와 체신소장의 밀접한 관계로 사안이 조용히 무마돼 주민들이 분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