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퇴비패스’?… “확인서 지참해야 시장 출입 가능”

메뚜기 장사(노점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2022년 새해 첫 전투로 퇴비 문제를 설정한 가운데, 이번엔 퇴비 과제를 수행한 인원만 시장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실시 중인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와 유사한 정책이 북한에서도 나온 것으로, 일종의 ‘퇴비패스’를 통해 과제 수행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에 지시에 따라 양강도에서는 오는 10일까지 시장을 1시간 줄여 운영하게 됐다. 1시간이라도 퇴비 생산에 더 몰두하라는 지시다. 즉 원래 오후 2~5시였던 개장 시간이 3~5시로 변경됐다.

또한 퇴비 전투가 끝나는 11일부터는 다시 시장 운영을 정상화하되, 퇴비 과제를 다 수행했다는 확인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는 포치(지시)도 하달됐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농촌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식량문제’ 해결을 꼽은 북한이 연초부터 농사에 필요한 비료 대용인 퇴비 생산에 총력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코로나19 비상방역에 따른 국경봉쇄 상황에서 인민 주식을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고 1정보당 1t을 더 생산하기 위해서는 퇴비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다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퇴비 과제와 더불어 시장 운영 시간을 줄인 데다 향후 시장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무겁게 다가온다.

남한에서는 방역패스를 두고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라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퇴비패스를 생존권 침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와 접촉한 혜산의 한 주민은 “이미 퇴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시장 활동을 많이 못하고 있는데, 11일부터 매대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콩나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김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퇴비 과제로 새해 들어 일전 한 푼 만져보지 못했다고 한다. 수입이 없어 콩나물국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그렇다고 ‘퇴비패스 효력정지’를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앙당에서 내려온 지시이기 때문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조치에 상관없이 시장 주변이나 골목에 나와 상거래를 하면서 단속반들과의 몸싸움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시장은 주민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공간이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 통제에 당연히 주민들은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