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발언’ 리선권 승진… “美에 강경·대화 메시지 동시 발신”

소식통 "리선권·김성남, 당내 지위는 높아졌지만 실질적 권한은 크지 않아"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한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리선권 외무상을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한 가운데, 리 외무상의 승진은 대미 강경 메시지 발신과 함께 대화나 협상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동시에 밝히기 위한 것이라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내부 고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리 외무상을 정치국 위원으로 세운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크다”며 “리 외무상의 인사 관련 결정을 지난달 8차 당대회에서 하지 않고 전원회의에서 한 것은 바이든 정부에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8차 당대회 당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밝히기 애매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미 행정부의 대북 라인 진용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중앙당 내부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입장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무게가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전략적 인내’ 정책 수립에 일조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비롯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 등 대북 강경론자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한도 미국에 달라진 대미 진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사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군 출신 리 외무상을 전면에 세움으로써 미국의 대북 정책에 호락호락하게 따라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리 외무상의 승진 이면에는 미국의 어떤 카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사도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오바마 시절처럼 (대북 정책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라는 틀을 가져가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는 말고 무엇이든 해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지도부 내 강경파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실질적인 외교적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리 외무상의 정치적 위상을 높임으로써 ‘제재를 제외하고, 어떤 카드를 내밀어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 외무상과 달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직위가 낮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소식통은 “당이 최선희를 내친 것이 아니다”라며 “최선희가 필요한 상황이 될 경우 언제든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최 제1부상의 당내 지위가 낮아졌지만 당국이 최선희의 대미 외교에 대한 능력이 평가절하된 것은 아니며 미국과 대화나 협상이 진행될 경우 최 부상을 중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외무성 대미협상국 개편… “인원 감축, 기존 대미 업무도 축소”)

한편 북한 내부에서도 리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자 김여정 당 부부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만 김 부부장은 이번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리 외무상과 함께 중국통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면서 북한이 대중 외교를 강화해 북미협상에 북중 관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소식통은 “리선권과 마찬가지로 김성남 역시 정치적 지위는 높아졌지만 대외 정책에 있어 실질적인 권한이 확대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