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대미협상국 개편… “인원 감축, 기존 대미 업무도 축소”

소식통 "지난해 12월 중순경 관련 지시 하달"...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일단 관망 모드

최선희 리용호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2019년 3월 1일 새벽(현지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리 외무상의 입장 발표 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 백악관이 최근 대북 정책에 관한 철저한 검토를 천명한 가운데, 북한도 외무성 내 대미 협상 라인을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당분간 대미협상국의 기존 역할이 불요불급(不要不急)하다는 판단 하에 구성원을 줄이고 관련 업무도 축소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대미협상국을 중심으로 대미 외교 전략에 대한 재설계 작업이 이뤄졌지만 결국 8차 당(黨) 대회 시작 전인 지난해 12월 중하순경 조직 축소 지시가 하달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당 내 강경파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미협상국에는 최소의 인원만 남고 나머지 인원은 외교정보기술과로 소속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대미협상국을 이끌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역할도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외무성 내 대미 관련 업무 총괄자는 최 1부상이지만 조직의 규모가 작아진 만큼 외무성 내 권한도 일부 약화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 부상은 이번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한 단계 강등됐다. 반면 대중 외교를 담당해왔던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북한 당국이 대중 외교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다만 최 부상의 당내 지위가 낮아졌다고 해서 대미 외교에 대한 경험과 능력이 평가절하된 것은 아니고,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최 부상은 2011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를 맡은 바 있다. 때문에 현재 바이든 행정부 대외라인에 포진된 인사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도 평가된다.

2018년 6월 11일 1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아래 오른쪽)의 모습. / 사진 = 폼페이오 미 전 국무장관 트위터

더욱이 최 1부상과 지난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전 실무협의를 진행했던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가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에 임명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미 외교에 있어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통일전선부장에서 경질됐던 김 부장이 통전부로 복귀하면서 대남, 대미를 포함한 대외 관계 전반에 역할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는 전언이다.

김 부장은 2018년부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실무 조율해 온 인물로서 당내에서 미국통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2019년 1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영철 라인으로 평가되는 리선권 외무상도 이번 인사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당내 강경파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무성 내에서 리 부상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대외적으로 강경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에 대해 동맹과 긴밀한 협의하에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억제에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며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억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 동시에 대북(對北) 접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