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지시로 軍에 “바이든, 제국주의 원흉’ 비난강연 진행中”

9일부터 장령 ·군관 대상 학습 진행..."미국 대선, 썩어빠진 민주주의 부패상 보여줬다" 주장

김정은 김여정 이희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해 6월 12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전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선에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인민군에서는 지난 9일부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지시로 미 대선과 바이든 당선인을 비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긴급 강연이 진행 중이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른바 ‘백두혈통’ ‘당중앙’으로서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김여정이 미 대선 관련 인민군 정치 사상교육사업에도 빠르게 대처하는 모양새다.

11일 데일리NK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은 지난 7일 본인 명의로 ‘조성된 정세에 대처하여 군부대별 특별강연을 조직할 데 대한’ 지시를 총정치국에 하달했다.

또한 부대별 간부학습반(1주 1회 토요일 학습대상 중 구분대장 이상) 군관들로 대상을 한정할 것과 강사는 관록 있는 정치부 군관으로 선정하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 비난과 규탄을 받은 미국 선거의 썩어빠진 부패상’이라는 제목의 군 학습자료가 전군 정치부에 내려져 9일 첫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먼저 강연자료에서 북한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썩어빠진 ‘미국식 민주주의’의 부패상을 낱낱이 보여준 희비극”이라면서 “이로 인해 전세계의 비난과 조소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자료는 “‘정의의 국가’ 인양 법치주의를 떠들던 미국 대통령들의 이전투구의 난무장의 현실이 그들이 입버릇처럼 외우는 미국식 민주주의 민낯으로 발현됐다”면서 “저들의 이익에 저촉되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살하려 드는 본성이 서로를 시비 중상모략하며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비난했다.

또한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국가가 제국주의 아성인 미국 사회를 더욱 잘 알게 해준 계기가 됐다”면서 “이를 통해 최고 영도자(김정은 위원장)의 두리(주위)에 철통같이 뭉친 우리 군민의 일심단결과 사회주의선거의 우월성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100%투표, 100% 찬성’이라는 전대미문의 북한 선거방식의 폐해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적(敵)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북한식 선전선동 방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발현된 것이다.

특히 자료는 “새로 된 바이든은 앞에서는 평화를 뒤에서는 우리 공화국을 통째로 삼켜버리려는 극악한 미 제국주의 원흉임을 명심하고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로 싸움 준비 완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이 군에는 ‘당에서 대화하든 협상을 하든 전쟁 준비 완성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다가오는 12월 동계훈련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또한 지휘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환상을 지우면서 계급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다만 내부에서는 이번 특별강연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조미 수뇌부 상봉(북미 정상회담) 이후 형편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누가 되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 없다는 분위기”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