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양강·자강도 일대 주민들, 설 제사 포기…“산사람이라도 살자”

北 주민 “시장도 문 닫고 배달 서비스도 중단...도시가 죽은 것 같다”

2019년 1월 1일 북한 한 가정에서 차린 설 차례상.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신축년(辛丑年) 새해 벽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당국에 의해 일종의 ‘가택 연금’ 상태에 처한 양강도 혜산·삼지연(1·29)과 자강도 자성·만포(2·3) 지역 주민들은 명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데일리NK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 지역 주민들은 다가오는 설 제사(차례)상 재료를 준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먼저 양강도 소식통은 “집에 갇혀 다들 전화만 붙들고 있다”면서 “이번 음력설에 제사상 차림을 하라고 시장을 열 것 같지 않아 다들 방법을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음력설(1·25)은 대대적 국경봉쇄 조치 전 쇨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도 자유로이 오가면서 설 제사상 재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격리된 상태에 놓여 “산사람 입에 들어갈 음식 준비도 어려운 새장 안에 갇힌 신세에 돌아가신 부모님들 제사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탄식이 오가고 있다. 다만 양력설(1월 1~3일 휴식)에 이미 제사를 지낸 주민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일례로 혜산시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장 모(50대) 씨는 과일과 떡 등을 준비하는 대신 함께 격리당한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설 아침을 차리기로 했다. ‘제사는 꿈도 못 꾼다’는 현실을 직시한 셈이다.

장 씨는 “이번 설에는 이웃끼리도 오도 가도 못 하고 가족들끼리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시장도 문 닫고 송달(배달) 봉사(서비스)도 다 끊겼으니 시내가 죽은 거리처럼 설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강도 만포시에 사는 군인 가족 조 모(30대) 씨도 “설 제사를 건과자나 강냉이(옥수수)국수, 물 한 그릇 올려놓고 치를 것”이라면서 “이렇게 갑자기 봉쇄될 줄 알았다면 제사 상차림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씨의 남편은 군관으로, 현재는 부대에서 동기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살림집에는 조 씨와 어린 아들 둘만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남편이 음력설에 귀가해서 같이 명절을 보낼 수 없다. 당국의 ‘봉쇄’ 조치 때문이다. 조 씨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이 되는 날벼락을 맞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이처럼 북한 당국의 과잉 코로나 방역으로 음력설 풍경이 ‘삭막하게’ 변했다고 소식통은 꼬집는다.

그는 “설 명절 전 갑자기 집 안에 갇히게 된 주민들은 ‘지금 있는 것(음식)으로 근검하면서 나라에서 봉쇄를 해제할 때까지 버텨내자’ ‘산사람들이라도 살자’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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