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 탈북민들, 신분 없는 불안감에 새해 들어서도 우울 호소

한국행도 어려워지자 심적 고통 심해져…한 탈북민의 채팅방 위로 메시지 큰 감동 일으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북한 신의주, 오른편에는 중국 단둥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신분이 없어 항시적인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중국 내 탈북민들은 새해에도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부모·형제를 떠나 중국에 온 것을 후회하며 매우 우울한 기분으로 양력설을 보냈다”면서 “탈북민들은 신분이 없는 중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가기도 어려워 답답함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내 탈북민 중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여럿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함께 살고 있는 중국인 가족들에게 외출 허락을 받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신분이 없어 마음을 졸여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탈북민 여성들과 사는 중국인 남성들이나 그 가족들은 탈북민들이 도망칠까 봐 24시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외출을 허락하고도 몰래 주변 동네 사람들을 통해 사진을 찍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어떤 탈북민들은 양력설에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단 얼마라도 보내고 싶어 했으나 동거하는 중국인 남성들이 탈북 자금으로 쓸까 봐 돈을 주지 않아 한푼도 보내지 못했다”며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이니 중국 내 탈북민들이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은 “잘 살려고 부모·형제를 떠나왔는데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렇게까지 힘든 생활을 하게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부모·형제가 있는 고향을 떠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새해를 맞아 같은 북한 출신끼리 만나 회포를 풀려고 해도 함께 사는 중국인의 눈치를 봐야 하고 몰래 나갔다 오려고 해도 돈이 없어 아예 나가질 못하는 형편이라는 게 이 탈북민의 얘기다.

그는 “남조선(남한)에 가려고 해도 자꾸 잡혔다는 소식만 들려오니 조금만 더 참고 버티자고 하고 있는데 정말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너무 고단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한 탈북민은 새해를 맞아 중국 내 탈북민들이 모여 있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 위로의 메시지를 남겨 뭉클함을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양력설 당일 탈북민들은 채팅방을 통해 새해 덕담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한 50대 탈북민이 ‘우리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 와 살며 갇혀있는 생활을 하고 자유 없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말하지 않아도 현재 중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이면 다 안다. 힘들어도 모두가 잘 버티자. 우리 함께 지금의 힘든 시기를 극복한다면 좋은 날이 꼭 올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아프지 않게 건강관리 잘하자’고 메시지를 남겨 감동을 일으켰다.

소식통은 “이 탈북민의 메시지가 여러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됐다”며 “중국에는 여전히 상상 못 할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많은데, 올해는 한국으로 가는 길이 열려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