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외부정보로 南과 가치 공유…남북 사회문화 교류 창구”

통일연구원 제10회 샤이오포럼…"北 주민에게 외부정보는 문화생활의 필수적인 한 부분"

평양시민
한류의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다. 사진은 지난 평양정상회담 당시 평양시민들 모습.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내부에 유입·확산되고 있는 한류(韓流) 등 외부정보가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의 실질적인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채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정보접근과 적극적 평화를 통한 북한인권개선’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0회 샤이오포럼 발제문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정보는 단순히 남한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의 차원을 넘어 문화생활의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류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인 동시에 남북교류의 숨겨진 가치”라고 밝혔다.

강 부연구위원은 “한류는 이제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정치·경제·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부정보의 영향력이 단순히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 자신들의 삶의 재발견에 그쳤다면 이제는 주민들의 생활방식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내 결혼식 문화의 변화를 하나의 사례로 꼽았다. 한류의 영향으로 평양시 보통강구역 경흥관, 중구역 민속식당, 대동강구역 문수결혼전문식당 등 한국의 웨딩홀과 비슷한 구조의 결혼 전문 식당들이 늘어나고, 결혼식 전문 업체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민들의 패션과 언어의 표현 방식은 물론이고 생활에도 한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강 부연구위원은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북한 주민들은) 남한 주민들의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다소 비약적 발상이긴 하나 현재 북한에서의 한류는 비정부적 차원의 문화적 교류와 그 결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부연구위원은 “(한류는) 큰 틀에서 남북교류의 가장 크고 확실한 창구이면서 남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사회문화 교류의 창구”라며 “이는 지금까지 추진됐던 정부 차원의 남북교류에 비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당국은 남한의 영상물을 비롯한 외부정보를 제국주의사상문화침투 책동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위협 요소로 간주하는 외부정보를 비공식 분야의 남북 간 교류협력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또 다른 토론자인 김수경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외부 문화가 유입되고 그것이 유행하는 것과 그로 인해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실제로 한류의 유입이 사회변동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권은경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은 “한류 문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남북 청년들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은 가능하나, 그 이상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유입되는 정보를 통해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이해, 북한의 체제와 사회의 변화를 위한 주민 개인의 역할 등을 유도할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권 사무국장은 “외부 콘텐츠가 북한 주민들의 문명적·문화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면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에 적극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보의 유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영화, 드라마, K-pop 등 북한 주민들의 한류 소비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청취자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