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금지된 영상물 유포 규제”…北, 자체 제작 콘텐츠도 통제

최고지도자 혁명 영화 개인 소장시 강력 처벌...신상옥 감독 제작 영화도 상영 금지

김혁_김일성
북한 영화 ‘조선의 별’ 속 김일성(좌), 김혁(우).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지난해 말 정보 유출입 차단을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가운데, 내부에서 제작된 미디어 콘텐츠 이용과 유포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내부에서 제작된 자료라도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미디어 이용과 유포를 철저히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최근 데일리NK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관련 법 설명자료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 질서를 어긴 위법행위들에 따르는 행정적 책임에 대하여 규제한다”면서 한 가지 경우로 “국가적으로 상영 또는 발행, 열람이 중지된 우리나라(북한) 영화나 록화물(녹화물), 편집물, 도서, 사진, 그림 같은 것을 류포(유포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보관하면 1~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내부에서 제작된 미디어 일지라도 체제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 금지령이나 포치를 통해 이용을 제한해왔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서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처벌 규정을 분명히 한 모습이다. 외부 미디어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통제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설명자료에는 현재 어떤 콘텐츠가 발행, 열람이 금지돼 있는지 나와 있지 않았다.

한 지대장의 이야기
북한 영화 ‘한 지대장의 이야기의 한 장면’. 처음 우인희가 주연이었으나 공개처형 이후 다른 배우로 교체돼 다시 만들어졌다. /사진=조선영화 유튜브 캡처

본지가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이 개인이 상영하거나 소지를 금지한 영상물은 혁명 영화, 우인희 주연 영화, 신상옥 감독 연출 영화 등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고지도자를 신성시하는 북한은 이들을 배경으로 한 혁명 영화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공인된 기관에서 제작해 승인된 채널이나 강연 등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개인이 소장해 시청하면 처벌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불멸의 역사’ ‘불멸의 향도’ ‘불멸의 여정’도 개인 소장 및 복사, 유포가 금지돼 있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혁명역사를 읽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를 앱을 통하지 않고 개인이 파일로 소유하고 있으면 불법이 된다는 뜻이다.

혁명 영화뿐만 아니라 조선중앙TV나 만수대 채널 등에서 방영된 외국 영화를 USB 등에 저장해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텔레비전에 방영됐더라도 당국이 허가한 공간과 시간을 벗어난 미디어는 불법으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70년대 북한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나 각종 스캔들로 공개처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우인희 주연 영화도 상영 금지 대상이다. 북한은 우인희 공개처형 이후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인희의 대표작으로는 ‘한 지대장 이야기’ ‘춘향전’이 있다.

북한에 납치됐다 탈출한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영화도 상영이 금지됐다. 신 감독이 북한에서 연출한 영화로는 ‘돌아오지 않은 밀사’ ‘소금’ ‘사랑 사랑 내 사랑’ ‘불가사리’ 등이 있다.

한편, 관련법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정보 유통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도 포착됐다.

설명자료에는 “비법(불법)적으로 손전화기(휴대전화)조작체계 프로그람(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처벌한다”며 “불순출판선전물차단 프로그람을 적재(설치)하지 않은 손전화기를 사용한 경우 5만~10만의 벌금의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손전화기 조작체계프로그람’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OS)를 의미한다. 북한 당국이 제작해 배포하는 순정 OS가 아닌 다른 종류 혹은 조작된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OS를 교체하거나 수정하면 북한 당국이 설정해둔 보안, 추적 시스템을 피할 수 있다.

여기서 ‘불순출판선전물차단 프로그람’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별도의 앱을 강제로 설치해 불법 미디어를 감시 및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