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도 봉쇄령 해제 임박…땔감·김치 도둑맞은 주민들 ‘분노’

시 외곽 경계는 25일간 추가 차단…시내 유동 풀렸지만 주민들 겨우살이 걱정에 한숨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국경경비대 도주 사건으로 20일간 유동이 금지됐던 양강도 혜산시가 21일을 기해 봉쇄령이 해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혜산시 주민들의 시내 자유로운 유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21일 오전 6시 봉쇄를 해제한다’는 지시가 당, 행정조직적으로 내려와 18일 저녁부터 19일 오후까지 기관기업소와 단체, 인민반들에 포치됐다”고 전했다.

이번 봉쇄 해제로 그간 직장에도 출근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꼼짝없이 갇혀 지내던 주민들이 대문 출입을 자유롭게 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북한 당국은 혜산시에서 인접한 다른 시·군으로 드나드는 길목은 계속 통제·차단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시내에서의 유동만 풀리고 도내 다른 군으로 드나드는 길목은 추가로 25일간 더 차단된다”며 “혜산시 경계를 벗어날 수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봉쇄령이 해제된 자강도 만포시 역시 마찬가지로 시내 유동만 가능하고 여전히 시외 출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관련기사 보기: 만포시 봉쇄령 해제됐지만…주민 100여명 사망해 분위기 ‘흉흉’)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난 15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를 언급하면서 “당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더욱 보강할 데 대한 문제가 토의됐는데, 국가비상방역기간과 국경봉쇄를 당 8차 대회 때까지 유지하며 단속의 도수를 강화한다는 것과 이후 봉쇄되는 시·군들에서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시·군 경계 유동 금지는 20여 일간 더 유지하는 것을 국가방역 규정으로 규제화한다는 것이 채택됐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부의 물자 유입은 앞으로도 철저히 통제돼 주민 생활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미 처음 준 것 외에는 더 공급이 없었는데 앞으로 집 밖으로는 다닐 수 있으니 추가공급은 없을 것이라고 하고 추가공급에 대한 조직적 지시가 내려질 낌새도 없다”면서 “공급 때도 혁명전적지, 사적지가 많이 있고 도 소재지라 특별공급한 것이라면서 줄수록 자력할 생각을 안 한다고 온나라 어디나 다 힘들다고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혜산 주민들은 이번 봉쇄 기간 창고에 모아둔 땔감을 비롯해 김치 등 식품을 모두 도둑맞아 올해 겨울을 어떻게 보내냐며 원통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몇몇 주민들이 봉쇄 기간에 안면 있는 국경경비대원들에게 부탁해서 자기 집 창고를 봐달라고 했는데, 그들이 가보니 창고 안에 독만 놔두고 김치랑 된장을 다 퍼가고 화목(땔감)은 집에 있던 구르마(수레)에 실어 갔는지 구르마째로 없어진 상태라고 해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면서 “사람들은 집에 갇혀 있는 동안 폭풍군단이 노래를 부르며 다 가져간 게 분명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봉쇄 기간 혜산시에서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주민은 총 47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결핵 혹은 급성폐렴으로 진단받았으나 당국이 사망 즉시 시신을 화장하면서 주민 사회 내에서는 전염병(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이밖에 현재 시내 중증 감염병 의심자 70여 명은 혜명여관에 마련된 임시 격리시설에 수용돼 있으며, 경증 감염병 의심자 240여 명은 집 대문에 ‘격리’ 딱지를 붙이고 자가격리 상태에서 북한 당국의 의학적 감시와 관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무기를 들고 도주해 봉쇄령의 발단이 된 국경경비대 보위지도원 등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전해졌다. 도주자들이 국경을 넘었을 것으로 보고 중국 측에도 협조를 구했음에도 아직 찾지 못해 중앙에서는 “8차 당대회 전까지 못 잡으면 무기 출처라도 알아 오고 반역자들의 시체라도 끌어다 놓으라”며 매일 불호령을 내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아울러 앞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혜산에 추가 투입된 폭풍군단 2000여 명은 현재 국경 다중 봉쇄 작전과 혜산시 외곽의 경계 지점마다 2배로 늘어난 단속 초소에서 유동 통제·차단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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