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령 내려진 혜산에 폭풍군단 2000여명 증파…민심 들끓어

3일 새벽 긴급소집돼 만대열차로 이동…주민들 "총에 맞든 굶어 죽든 죽는 건 마찬가지" 불안감 ↑

지난 2018년 8월에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봉쇄령이 내려진 양강도 혜산시에 폭풍군단 군인 2000여 명이 추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폭풍군단 군인 2000여 명은 3일 새벽 만대열차(전용열차)로 평안남도 덕천에서 출발해 당일 오후 4시 반께 양강도 혜산에 도착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9처의 증파 명령을 받고 긴급 소집됐으며, 모두 무기 장구류를 휴대한 상태에서 탄약상자까지 메고 집결해 바로 혜산으로 출발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단 기본 임무는 20일간 혜산을 완전 봉쇄해 단 한 명도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혜산도 연선 구간이 길어서 다 장악하려면 인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폭풍군단 군인을 추가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폭풍군단 증파는 현지 국경경비대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최근 혜산에서 국경경비대 보위지도원이 직접 밀수에 나서다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국경경비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을 투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에는 밀수업자들의 뒤를 봐주고 뇌물만 받아 챙겼던 국경경비대 보위지도원이 직접 군인을 동원해 물품 밀거래에 나섰다는 것은 국경경비대 군관들의 경제 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북한 당국은 국경경비대 군관들까지 밀수에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나자 더욱 훈련된 내륙의 특수부대를 투입해 상황 관리에 나선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인민들 밀수를 못 하게 하니 군대가 직접 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 상부에서는 이제 국경 군대가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본보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일 국경경비대 25여단 소속 보위지도원과 군인 한 명이 근무 중 밀수를 하다 발각되자 그길로 무장한 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밀수하다 들킨 北 군인, 무장한 채 탈북…혜산시 ’20일 봉쇄령’)

이번에 혜산에 투입된 폭풍군단 군인들은 북한 내에서도 이른바 ‘살인 병기’라고 불리는 최정예 산악저격전문병들로 알려졌다. 일단 이들은 먼저 주변의 모든 산을 다 뒤져서라도 도주자들과 사라진 무기를 찾는 일에 나서고, 이후 상황이 정리되면 혜산 완전 봉쇄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혜산 봉쇄는 20일간으로 기한이 정해져 있으나, 폭풍군단 군인들은 봉쇄가 해제된 뒤에도 계속 양강도에 머물며 오는 12월 1일부터 시작되는 북한군 동계훈련을 현지에서 실시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동기훈련 시작 때 2차로 폭풍군단 2000명을 더 투입해서 기존에 있던 인원들과 함께 양강도 전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폭풍군단을 양강도에 파견해 도(道)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밀수와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시 봉쇄에 더해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인원들까지 증파되자 현지의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은 ‘이번 봉쇄 기간에 괜히 잘못 걸려들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폭풍군단이 쏘든 국경경비대가 쏘든 눈먼 군대의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포감과 불안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이번에 중앙당에서 혜산시당에 봉쇄 20일간 집 밖에 나오는 사람은 다 역적으로 치고 구류장에 처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면 최소한 안에서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는데 인민반이나 동사무소, 인민위원회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 불만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나가서 총에 맞아 죽든 안에서 굶어 죽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며 국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상당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