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업소법 개정, 통제 강화에 방점… “黨이 재정 검열”

[기업소법 분석①] "사실상 기지장 없앤다...수입 따지고 총화도 철저히 진행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1차 전원회의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5일 밝혔다. 전원회의 의안에는 ‘금연법’을 비롯해 ‘기업소법 수정보충안’ 등이 포함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11차 전원회의에서 수정된 기업소법이 채택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 취재 결과 개정된 기업소법은 개인 사업자를 당과 내각의 관리 하에 두고 이들의 사업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이 전한 기업소법 수정보충안은 각 사업 기지의 소속을 국가 관할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식통은 “당과 내각의 관리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기지장이 없어지고 모든 기지가 기업소 소속이 되도록 법으로 정해놨다”고 말했다. 

기지란 명목상 무역회사에 소속을 두고, 7명 가량 소규모로 움직이는 개인 사업 조직을 말한다. 각 기지들은 기관에 적을 걸어 놓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의 세무검열이나 총화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각 기지는 소속 기관에 외화나 현물을 과제로 납부하면서도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입을 내고 있는지 명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정 기업소법에 따르면 기지 규모가 7명 이상이라 할지라도 개별 기지로 인정되지 않고, 행정상 기관 소속이 되어야 하며 기관의 당적 지도에 따라 검열 및 총화에도 참가해야 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기업소법이 개정 채택됐음을 전하며 “기업소를 에너지·원가 절약형으로 전환하고 기업체를 새로 조직하거나 소속을 바꿀 때 준수해야 하는 사항, 국가의 지도하에 생산·경영활동을 사회주의 원칙에 맞춰 진행할 것 등을 규정했다”고 밝혔다.

통신이 언급한 조직 및 소속 변경시 규정사항은 기지장 제도의 사실상 폐지와 기관기업소 관할 소속으로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각 기지 단위에는 당원 3명이 포함돼야 하고 세포나 당위원회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명시됐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외화벌이 기지도 당과 내각이 관리해 수입 명세를 정확하게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기지를 운영하던 돈주들은 새로운 기업소법 개정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런 식이라면 개인 선주들도 정식 등록을 해야하고 채광업자, 광주, 벌이버스 업자들도 이제는 기지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며 “기지장들 입장에선 활동에 제약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정된 기업소법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내각 부책에는 ‘새로운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문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의 사업체계란 1960년대부터 북한의 경제 체계 확립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이념으로써 모든 공장과 기업소는 당적 지도를 받으며, 과업 달성을 위해 위가 아래를 책임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김일성의 교시로 만들어졌다. 

본래 대안의 사업체계는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현장의 요구와 실정을 반영하자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실태 파악을 위해 기업이 당의 집체적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제시된 신(新) 대안의 사업체계는 당이 목표만 제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 간부가 함께 생산과정에 참여해 투쟁하고 그 결과를 당에 보고함으로써 당의 집체적 지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수정된 기업소법 자체에는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문구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법을 실제 집행하고 지도할 때 간부들의 지침서가 되는 내각 부책에 새로운 대안의 사업체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간부들의 현장 참여와 각 기업소에 대한 당의 정치적 지도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 당국은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지도 이념을 기업소법에 직접 담지 않고 부책에 적시함으로써 당과 내각의 정치적 통제 강화 조치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소법 수정보충안에는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나름의 대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소규모 사업 기지들이 상부에 납부하는 과제(현금이나 현물)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을 조금 줄여줄테니 얼마를 버는지 국가에 확실하게 신고하고 총화를 받으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 올해 대북 제재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최근 새롭게 개정된 ‘기업소법’를 진단하면서 북한의 변화상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데일리NK는 개정된 기업소법의 실제와 그 의미를 3차례에 걸쳐서 독자들에게 자세히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