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량농가 발생에 농장 출근율도 하락…파종 등 농사 차질

작년 작황 부진에 코로나19로 절량세대 조기 발생…"자력갱생은 배부르지 않으면 불가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수안군 평원협동농장에서 올해 알곡생산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유기질복합 비료생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쓰고 올해 농사 준비를 하고 있는 수안군 평원협동농장 노동자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뒤 농업 생산량 증대를 지속해서 강조해오고 있지만, 일선 농장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작황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절량농가가 생겨나면서 농민들의 농장 출근율이 떨어져 농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금 각 시·군 인민위원회는 ‘최근 조사에 의하면 농민들의 농장 출근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실지 이달 초부터 파종이 시작됐으나 농민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작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말은 평균적으로 약 90% 수준인 농장 출근율이 과반을 간신히 넘는 60%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렇게 농장의 출근율이 떨어지고 있는 원인은 먹을 것이 떨어져 굶는 절량농가들이 생겨나면서 농민들이 일하러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그는 “안주시의 한 협동농장의 경우 절량농가가 5% 정도로 집계됐다”며 “벌써부터 5%의 절량농가가 생겼다면 4~5월 보릿고개 때는 절량농가 비율이 20~30%, 많으면 40~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올해 절량농가가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가 예년에 비해 빠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상 절량농가는 3월 말이나 4월 초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절량농가 발생 시기가 앞당겨진 배경에는 지난해 가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 부진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평안남도 서북부에 위치한 안주시는 청천강 연안에 펼쳐진 열두삼천리평야(안주평야)를 중심으로 농업이 발달해 예로부터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지역은 지난해 봄 강수량 부족으로 가뭄에 시달린 데다 9월 불어 닥친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 매체는 지난해 9월 태풍 링링 상륙에 따른 피해와 관련, “4만 6200여 정보(약 458㎢, 여의도 면적의 157배에 달하는 규모)의 농경지에서 작물이 넘어지거나 침수 및 매몰됐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절량농가 조기 발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경봉쇄로 대중 무역과 밀수가 막힌 최근의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당국의 국경 폐쇄 조치 이후 중국산 쌀, 옥수수, 밀가루 등 곡물 수입이 중단되면서 시장 내 곡물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 소식통은 “식량자급을 위한 간고분투, 자력갱생 정신에 의거한 정면돌파는 결국 배가 부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당시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이라면서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일 데 대해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첫 시찰지로 농업생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평안남도의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순천린(인)비료공장건설은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들 중에서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새해 첫 지도사업으로 이 공사장부터 찾아왔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