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시 ‘짝퉁’ 생산·도매업자 안전성에 체포…과학원에도 ‘불똥’

‘사회주의 상업체계 재구성' 정책에 따라 품질감독 승인 체계 세워…개인 업자 불만 제기

지난 1월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8차 당대회 이후 시장에서 판매되는 개인 생산품은 국가 품질감독 기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에 반항한 평성시장 가죽 모조품 생산 도매업자가 긴급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난 1일 평성시장에 들이닥친 내각 상업국 검열성원들이 도매꾼들과 모방생산지 기지장들 여럿을 데리다 시장관리소에서 면담을 진행했는데, 다음 날인 2일 사회주의 상업체계 재구성에 따른 국가적 조치에 거부했다는 죄로 가죽 왕초로 불리는 여성 주민 오 씨가 사회안전성에 붙잡혀갔다”고 전했다.

평성은 외국산 제품을 모방하는 기술이 발전해 이른바 ‘짝퉁’이 대대적으로 생산되는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평성에 많이 모여 사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국가공급만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힘든 현실에 국가과제를 연구하면서 터득한 기술을 개인 업자들에게 넘겨주고, 야간에는 직접 모조품 생산장을 찾아 시범을 보이거나 가르쳐주며 돈벌이해 온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평성에서는 가방, 신발, 외투 등 가죽을 주원료로 하는 질 좋고 값싼 모조품이 대량 생산돼왔는데, 이는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 북한 내에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평안북도 상업부는 앞서 8차 당대회 이후 가죽 모조품을 생산해 도매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온 오 씨 등 개인 업자들을 불러놓고 사회주의 상업체계를 재구성할 데 대한 당의 정책과 노선에 따라 앞으로 개인 생산품은 국가품질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8차 당대회 이전에는 장세만 제대로 내면 개인이 어떤 생산품을 내다 팔든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국가품질감독위원회가 제품의 생산과정과 결과, 품질을 모두 관리·감독해 판매를 승인하는 체계가 세워졌기 때문에 재고 제품을 실사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씨는 “지금 국경이 봉쇄돼 중국에서 가죽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무슨 관리·감독이며 품질감독 체계를 세우는 것이냐” “겨울에 묵은 가죽 상품들은 8차 당대회 전에 생산된 것들이니 내 맘대로 처분해도 상관하지 말아야 말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상급인 내각 상업국의 검열성원들이 지난 1일 내려와 추가 면담을 진행했지만, 오 씨는 이 자리에서도 계속해서 반발했다고 한다. 결국 내각 상업국 검열성원들은 중앙당에 이 사실을 보고해 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사회안전성 수사국이 출동해 오 씨를 체포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후 사회안전성 수사국은 오 씨에게 “너 같은 개인이기주의 분자들이 성행해 국가가 자기 계획을 못 하고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심려를 끼쳐드리는 것”이라면서 그의 언행을 반당적 행위로 치부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그가 소유한 가죽 모방제품 생산기지 설비들을 모두 무상몰수하겠다고 선포했다는 전언이다.

그러자 격분한 오 씨는 “국가가 머리를 안 쓰고 게으른 간부들만 두고 있으니 국가 살림을 자기 살점처럼 생각 안 해 개인보다 기술이 낙후한 것 아닌가” “나를 죽여도 절대로 내 가죽가공기술은 못 가진다”며 더욱 거세게 항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회안전성은 오 씨를 여러 차례 심문하는 과정에서 모조품 생산에 과학자와 연구사 여러 명이 얽혀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기술을 전수한 이들이 누군지 말하라고 다그쳤으나, 오 씨는 아직도 이름을 대지 않고 혹독한 고문을 견디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사회안전성은 국가과학원 안전부를 대동해 오 씨와 인적 관계가 단 한 번이라도 얽혀있는 평성분원의 과학자나 연구사들을 모두 불러 조사하는 한편, 연구소와 연구실, 실험실들의 시약이나 자재 관리상태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번 일이 알려지자 많은 개인 업자들은 우리가 죽기 살기로 뭘 만들어 팔든 국가가 관심도 없다가 생산토대를 다 만들어 놓으니 인제 와서 통제·관리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