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육아 정책 선전에 주민들 볼멘소리…”실제 현실은…”

실제와 다른 대조적 선전에 헛웃음…"돈 없어 유치원도 못 보내는데 젖제품 나온들 무슨 소용"

평양교원대학 부속 모란봉구역 개선유치원 아이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어린이 젖제품(유제품) 무상 공급 등 당(黨)의 육아 정책을 지속해서 선전하고 최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에 대한 주민들의 감사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육아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 주민들 속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서는 돈이 없어 자녀들을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그런데도 노동신문이나 TV에서는 당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걱정 없이 키운다는 선전을 계속 하고 있어 주민들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당의 육아정책을 개선강화할 데 대한 문제’를 의정으로 올려 논의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사업은 없으며 수천 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최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며 육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듬해인 2022년 2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육아법’을 채택해 젖제품과 영양식품을 국가 부담으로 공급하고 더 개선된 양육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이후 북한은 당의 육아 정책을 지속해서 대대적으로 선전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면에 ‘어머니당의 육아정책에 대한 고마움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를 접한 혜산시의 일부 주민들은 실제 현실과 대조적인 내용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해당 기사에는 ‘사동구역 송신1동 주영희’의 글이 반영돼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억만 자루의 품도 아낌없이 쏟아붓는 당의 사랑이 있어 다섯 아이를 걱정 없이 키우고 있고, 2년 전에는 다자녀 세대 혜택으로 송화거리의 새 살림집에도 입사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여기(혜산시)에도 자녀가 3명인 세대들이 있는데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자식이 많아 다른 집들보다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도 안타까운데 그런 가정들이 이런 (기사) 내용을 보면 얼마나 어이없겠는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녀를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려면 물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부모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자녀를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 속에서는 “돈이 없어 탁아소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하는데 젖제품이 나온들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요즘은 자식들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자기들이 고생을 겪어보니 자식들은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당의 정책이 자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면 부모들이 이런 말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보기 좋은 것만 내보내니 실정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차라리 선전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을 텐데 당의 육아 정책으로 아이들의 영양이 좋아지고 있고 부모들도 걱정 없이 자녀를 키운다고 선전하니 불만이 계속 커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