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바느질 자국에 가려진 북한인권의 민낯

연평도 해안가에서 발견된 북한 쓰레기.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비닐봉지에 바느질 한 흔적이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지난 4월 15일, 북한에서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 요란스럽게 행사를 하던 날이었다. 그날 필자는 서해 최전방 연평도의 거친 해안가에서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를 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낡고 찢어진 비닐봉지 하나를 발견했다. 지난 6년 동안 북한의 흔적을 찾아 서해안과 동해안은 물론 일본 해안까지 누빈 필자에게도 이 물건은 유독 묵직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하얀색 봉지 전면에 화려한 서체로 선명하게 쓰인 문구는 다름 아닌 ‘세상에 부럼없어라’였다.

이 문구는 북한 정권이 인민들에게 주입하는 가장 강력한 최면이자, 국가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선전 구호다. 매년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이 되면 북한 당국은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담아 선물한다. “원수님(김정은) 사랑 속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라는 노래를 부르게 하며, 국가가 베푸는 시혜를 각인시키는 일종의 선전 도구다.

그러나 필자가 마주한 이 봉지에는 그 화려한 선전 뒤에 숨겨진 차마 말하지 못한 비극이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찢어진 비닐 위로 촘촘하게 박힌 ‘바느질 자국’이었다.

우리에게 비닐봉지는 한 번 쓰고 미련 없이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의 어느 부모는 찢어진 이 비닐을 차마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바늘과 실을 꺼내 해진 틈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꿰맸다. 그것은 단순히 물자가 부족한 국가의 궁핍함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북한 주민들이 마주한 인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었다.

북한 인권의 관점에서 이 바느질 자국은 두 가지 비극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는 ‘생존권의 박탈’이다. 국가가 우주 강국을 선포하고 핵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위세를 떨치는 동안, 정작 인민들은 비닐 한 장조차 기워 써야 할 만큼 처참한 결핍 속에 방치되어 있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라는 정권의 호언장담은 찢어진 비닐을 기워야 하는 주민들의 손끝에서 이미 파산한 지 오래인 셈이다.

둘째는 ‘자유의 억압과 세뇌의 흔적’이다. 북한 당국은 이 봉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국가가 부여한 ‘행복’을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을 강요한다. ‘부럼 없어라’는 문구는 인민이 스스로 행복을 정의할 권리를 빼앗고, 국가가 배급하는 최소한의 당분(糖分)에 감사하도록 길들이는 통제 장치다. 꿰맨 비닐봉지는 그 허구적인 행복을 붙들고 살아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순종과 그 속에 감춰진 눈물겨운 인내를 동시에 보여준다.

연평도 해안가에서 발견된 북한 쓰레기.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비닐봉지에 바느질 한 흔적이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인권이란 거창한 정치적 구호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위생을 보장받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인권은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봉지는 북한 주민들에게 그 사소한 존엄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음을 증언한다. 핵미사일이 하늘을 가를 때, 북한의 부모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닐봉지를 기우며 국가가 외면한 생존을 스스로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쓰레기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연평도 해변까지 흘러온 이 기워진 봉지는 우리에게 어쩌면 묻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북한의 화려한 열병식 이면에, 바느질로 연명하는 이 고통스러운 침묵을 보고 있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이제 핵무기 너머 비닐봉지를 꿰매야 했던 그 거친 손마디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문구에 가려진 인민들의 진짜 숨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북한인권을 논하는 가장 정직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분단의 바다가 밀어 올린 이 부끄러운 진실을 앞에 두고,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아직도 저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를 말해야 하는 것인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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