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권력 재배치: 국무위원 인사로 본 15기 체제 변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결정을 받들고 위대한 우리 국가의 줄기찬 도약과 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애국투쟁에 과감히 떨쳐나선 역사적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가 수도 평양에서 개회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 명단.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여정의 후퇴, 국무위원 해임

3월 22일에 개최된 제15기 제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여정이 국무위원회 위원에 임명(선거)되지 못했다. 김정은이 해임시킨거나 진배없다. 3월 23일 노동신문의 관련 기사는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직후 “국무위원회 구성안을 제의”했다고 했고, 대의원들이 선거를 진행해서 모두 통과시켰다고 했다. 여기서 김정은이 이미 국무위원회 조직을 짜왔다는 것과 직접 김여정을 탈락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9차 당대회에서 당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웃었던 김여정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쓴맛을 본 것이다. 그것도 지난 14기에는 7명밖에 안 되었던 국무위원이 이번에는 11명이나 되었는데도 그 안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김여정에게는 매우 뼈아픈 일이다. 국무위원회는 국가의 전반사업을 실행하는 최상의 국가기관으로 김여정이 국무위원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그의 정치적 위상이 후퇴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김정은은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무엇보다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김여정이 2인자, 실세가 아님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김정은은 2인자로 조용원을 확실히 내세우며 김여정의 권력을 수위 조절했다.

··군의 실세가 된 조용원과 숙청을 면한 김덕훈

지난 9차 당대회 이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용원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9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유지한 조용원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국회의장) 겸 의장뿐만 아니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직전 14기 때는 국무위원이었는데, 두 계단을 오른 것이다. 지난 14기 최룡해의 직위 및 권한을 그대로 물려받은 꼴이다. 김정은이 최룡해의 손을 놓고 조용원의 손을 꽉 잡아준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김덕훈의 생존이다. 지난 14기 내각총리였던 그는 2024년 1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8기 11차)에서 해임되었고 그 후임으로 박태성이 내각총리가 되었다. 경질된 김덕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뒤이어 숙청설이 나돌았다. 2026년 1월 19일 김정은이 용성기계연합기업소 준공식장에서 내각 부총리 양승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해임했는데, 이때 김덕훈에 대해서도 “정책지도를 태공하고 구경꾼 노릇을 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숙청설이 기정사실화되던 가운데, 김덕훈이 그의 존재감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전에 가졌던 직책에서 강등되었지만, 내각 제1부총리(직전 내각총리)로, 국무위원회 국무위원(직전 부위원장)으로 살아남았다. 김정은이 사상투쟁을 시킨 후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 김정은의 지도부 길들이기 통치 방식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 통일전선부장으로 대남사업을 책임졌던 리선권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숙청되지 않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 그 이름을 올렸다.

검찰수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 높아진 검찰의 위상

이번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가장 큰 특이점은 최고검찰소 소장(김철원)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회의는 최고검찰소 소장을 임명하였으며 최고재판소 소장을 선거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우리식 검찰총장은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선거했다고 그 차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정은이 검찰총장을 각별히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기사에서는 김철원 최고검찰소 소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사실도 알렸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파격적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15기 국무위원회 조직을 보면, 내각의 부처장을 물론, 부총리들도 국무위원이 될 수 없는 체계이다. 적어도 내각 제1부총리(김덕훈) 정도가 되어야 국무위원에 임명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 14기 김여정의 국무위원 임명이 파격적 인사라면, 이번 15기 검찰 수장의 국무위원 임명은 더 충격적 파격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김정은이 김여정의 자리를 검찰 수장에게 넘겨준 꼴이 된다. 그만큼 검찰의 위상을 높여준 것이다. 사법부 수장이 국무위원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법원 수장이 아니라 검찰 수장을 말이다. 김정은은 검찰의 위상을 파격적으로 격상시켜 주면서 검찰의 역할을 더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검찰 위상 강화, 대남 메시지로 읽힐 수도

이번 검찰 위상 강화는 대내적 문제인 불온 세력 척결을 해결하겠다는 김정은의 결단으로 읽힌다. 여기에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대남 메시지로도 읽혀진다. 최근 여권은 단독으로 ‘검찰 폐지’(중수청 설치) 법안을 통과(3.21)시켜 검찰 기능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김정은은 보란 듯이 반대로 검찰의 위상을 높여주며 동시에 사법부가 내각에 속하지 않고 독립기관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현재 이재명 정부와 여권은 북한보다도 더한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이 비웃을 만하지 않겠는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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