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도대체 왜 이번에도 김주애가 화두가 됐는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9일) 평양 조중(북중)우의탑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은 단순한 외교행사가 아니었다. 조중(북중)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이번 방북은 북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특히 중국의 대만 전략, 북중 군사협력,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은 방북에 맞춰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다. 그 기고문에서는 조중우호조약,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 군대 간 교류 확대, 공동의 핵심 이익 수호 그리고 하나의 중국 원칙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김정은 역시 회담 이후 하나의 중국의 원칙에 대한 지지 및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북중관계의 전략적 의미인가, 아니면 김주애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관심은 또다시 김주애에게 쏠리고 말았다. 시진핑 방북이라는 중대한 외교·안보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또다시 김주애 후계설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시진핑 기고문에 등장한 “대를 이어 계승”이라는 표현마저 김주애 후계설과 연결시켰다. 기고문 전체를 읽어보면 그러한 해석은 문맥을 많이 벗어난 것이다. 시진핑이 언급한 계승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형성되고 구축된 북중관계를 김정은과 자신이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였다. 기고문의 중심은 북중 전략관계이지, 김주애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꾸 김주애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일까? “김주애는 후계자다”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3개월 전 국정원의 보고도 한몫했다. 문제는 북한 내부 정보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공개된 정황과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한 것인지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다 보니 모든 현상을 거기에 맞춰 해석한다.

참배를 가서 중앙에 서도 후계자, 김정은 시찰을 따라가도 후계자, 기고문에 계승이라는 표현이 나와도 후계자, 그러더니 이번에는 김주애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후계자라고 한다. 중국이 세습 체제를 거부하기에 시진핑 앞에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김정은 방중 당시 제기되었던 논리의 재탕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 끼워 맞추기 해석 아닌가.

만약 김주애가 등장했다면 어떻게 해석했을까? 아마도 시진핑 앞에서의 후계자 신고식이라고 했을 것이다. 등장해도 후계자, 등장하지 않아도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결론은 후계자이다. 이쯤 되면 분석이 아니라 ‘답정너’식 신념 아닌가.

필자는 김주애를 바라보는 출발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공화국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왕조적 성격이 강력한 체제이다. 그렇다면 김주애는 누구인가. 김일성의 증손녀이고 김정일의 손녀이며 김정은의 딸이다. 왕조적 관점에서 본다면 김주애는 후계자 이전에 공주이다. 그런데, 김주애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시 중앙에 선 것을 후계자로만 연결시킨다. 김씨 왕조 체제에서 공주가 그런 위치에 서는 것이 그렇게도 이상한 일인가. 사랑하는 딸이자, 백두혈통의 직계인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참배하고 주요 행사에 동행하는 것이 반드시 후계자를 의미하는 것인가. 후계자만 중앙에 설 수 있는가? 공주는 중앙에 설 수 없는가? 이러한 질문을 건너뛰며 곧바로 후계자라는 결론으로 달려가는 것 자체가 문제다. 김주애에 대한 후계자 평가도 사실 북한이 왕조 체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되는 것인데 말이다. 순수하게 김주애의 정치적 역량만을 근거로 후계자론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다.

오늘날 북한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위대한 김정은 시대’이다. 김정은의 사상과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이 정점에 다다랐다. 9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유일적 수령’이 된 분위기이다. 2026년 개정 헌법도 ‘김정은 헌법’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 김정은에게 모든 권력과 권한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부상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부들의 시선은 현재 권력뿐만 아니라 미래 권력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후계자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권력은 조금씩 분산된다. 이는 권력 집중을 추구하는 지도자에게 결코 유리한 현상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절대권력을 추구한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력이 절정에 있을 때 후계자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정말 후계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오히려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계자는 실수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런데, 김주애는 몇 년째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이것이 일반적인 후계자 육성 방식인가.

필자는 오히려 김정은이 김주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관련해서, 이미 수 개의 칼럼을 써왔다. 김주애의 존재는 김정은의 절대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김여정에 대한 견제 기제로도 활용되었다. 외부에서의 김주애 후계자설이 커질수록 내부에서는 백두혈통의 상징성이 더욱 강화된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핵보유, 핵무장, 군사적 도발 가능성조차 김주애 이슈에 가려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주애의 첫 등장 자체가 핵무력 사안을 빨아들였었다. 지난 9차 당대회 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닌가. 시진핑의 방북 주요 목적이 김주애 후계자 관련 보도에 밀리고 말았다.

이와 같은 김주애 후계자 프레임은 북한의 진짜 위험 신호들을 가려버린다. 이번 시진핑 방북의 핵심은 <조중우호조약>이다. 북중 전략 협력이다. 군대 간 교류 확대이다. 더 나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김정은이 여기에 대해 말로만 지지하고 끝낼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다. 그 행동과 실천이 뒤따를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의 숙원인 대만 통일과 한반도 안보가 결부된 것이다.

시진핑이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또다시 김주애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국민들은 북중 군사협력의 위험 요소보다 김주애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접하고 말았다.

정말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김주애 프레임에 갇혀 있으려 하는가.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해야 할 때 다시 김주애 문제로 소모해서야 되겠는가. 이번만큼은 후계자 논쟁이 아니라 북중 전략 공조를 주목했어야 했다. 대한민국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주애는 현재 14살이다. 아직 당원도 아니다. 정식 당원이 되려면 아직 4년이 남았다. 백번 양보해서 김주애가 후계자로 준비되고 있더라도 그것은 앞으로 수년 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북중 군사협력과 한반도 안보 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대만 유사시 북중 군사적 공동전선과 북한의 ‘제2전선 시나리오’는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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