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합] 접경지역마을연합회 발족…연결할 건가, 계속 흩어질 건가

15일 오전 10시 파주 장단면 통일촌 마을회관에서 열린 접경지역마을연합회 발족식. /사진=접경지역마을연합회 제공

서론: 늦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작

최근 경기와 강원을 중심으로 접경지역 마을 이장과 청년회장,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접경지역마을연합회’ 발족을 선언했다. 흩어져 있던 마을들이 처음으로 하나의 구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행사나 형식적인 모임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접경지역이 오랫동안 반복해 온 문제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접경지역 문제는 새롭지 않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그리고 군사 규제로 인한 개발 제한은 수십 년간 반복되어 왔다. 실제로 통계청과 언론 보도에서도 접경지역 상당수가 인구 감소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특히 강원·경기 북부 접경 시·군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 문제들이 ‘공통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합회 발족은 단순한 출발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접경지역이 처음으로 ‘함께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론 1: 문제는 부족이 아니라 분산이었다

접경지역을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지원 부족’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정책 흐름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접경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기반시설 확충, 관광 개발, 산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고, DMZ 평화관광, 생태관광, 접경지역 개발사업 등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되듯이, 접경지역 개발사업은 개별 지자체 단위로 추진되면서 지역 간 연계성이 부족했고, 사업이 종료되면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구조를 반복해 왔다.

예를 들어 DMZ 평화관광 사업은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었지만, 지역 간 동선이 연결되지 않아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 군사 규제 완화 논의 역시 개별 지역 단위로 진행되면서 정책 효과가 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없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연결되지 않았느냐’였다. 각 마을과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도 축적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기존 선택을 정리하고 방향을 모으는 구조다. 접경지역마을연합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본론 2: 연합회는 조직이 아니라 기준이어야 한다

연합회를 단순한 조직으로 이해하면 방향을 놓치게 된다. 연합회는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판단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접경지역에 부족했던 것은 자원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이 기준이 없으면 사업은 계속 늘어나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연합회는 ‘선별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각 마을과 지역에서 제안되는 다양한 사업과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 의제로 묶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접경지역 정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마을 단위 협의 구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연합회는 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 의제 발굴 → 지자체 건의 → 중앙정부 정책 연계’라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개별 민원이 아닌 집단적 정책 요구로 전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접경지역은 ‘지원 대상’에서 ‘정책 주체’로 위치가 바뀐다.

본론 3: 여기서 실패하면, 다시 반복된다

연합회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이건 경험이 아니라 이미 여러 지역 사례에서 확인된 패턴이다.

첫째, 자리 중심 조직으로 가는 순간 갈등이 시작된다. 지역 단체나 협의체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직책 중심 구조다. 언론에서도 지역 협의체가 내부 갈등으로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직책은 부족해지고, 결국 조직은 유지가 아니라 조정에 에너지를 쓰게 된다.

둘째, 성과를 조급하게 요구하면 조직은 축소된다. 초기 단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면, 참여는 줄어들고 일부 인원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된다. 실제로 여러 지역 공동체 사업에서도 초기 성과 중심 운영이 참여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셋째, 외부 사업 중심으로 가면 방향을 잃는다. 예산과 공모사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출발점이 되면 조직은 외부 기준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 이 경우 연합회는 자율적 협의체가 아니라 사업 수행 조직으로 변한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위험 요소가 아니라, 이미 반복적으로 확인된 실패 경로다. 이를 넘지 못하면 연합회는 유지되지 못하고, 다시 각자 움직이는 구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결론: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접경지역마을연합회 발족은 늦은 시작이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접경지역은 더 이상 개별 대응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동시에 기존 방식의 정책만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이번 연합회는 선택이 아니라 전환이다. 이 구조가 유지되면 접경지역은 달라진다. 공동 의제가 정리되고, 정책 요구는 집단화되며, 개별 목소리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정책적 결론도 분명해진다. 앞으로의 접경지역 정책은 ‘지원 확대’가 아니라 ‘협의 구조 강화’로 이동해야 한다. 연합회와 같은 마을 단위 협의체가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이 구조가 무너지면 결과는 단순하다. 다시 각자 움직이게 되고, 지금까지 반복해 온 문제는 그대로 이어진다. 연결할 것인가, 계속 흩어질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그 답을 실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미룰 것인가. 접경지역의 다음은 이 결정에 달려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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