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관들에 옥수수 5㎏ 상납 요구하며 “충성심 증명하라”

배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빠듯한데 불이익 우려해 상납 지시 거스를 수 없어…군관 가족들 한숨

평안남도 숙천군 일대 옥수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황해남도에 주둔하는 군부대가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충성사업’을 명목으로 군관 가족들에게 옥수수 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4군단 산하의 한 여단은 최근 영예군인(상이군인) 가정을 돕는다는 구실로 지휘부 군관들에게 이달 30일까지 옥수수 5㎏씩 바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같은 지시는 지난 14일 군단 지휘부 정치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군단에서는 이를 당대회 결정 관철과 결부하며 “충성심을 증명하라”고 압박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군관 가족들은 남편, 아버지의 승진 문제 때문에 위에서 내려오는 이런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며 “일반 주민들은 군부대 지원을 명목으로 애국미를 내라고 하거나 돼지고기를 바치라고 해도 버티는 분위기가 있으나 군관 가족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고, 오히려 지시를 빨리 집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 특히 충성심과 연결된 지시에 소홀했다가는 정치적인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어떻게든 이를 따르려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시가 군관 가족들에게 커다란 생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군관 가족들에게 공급되는 배급은 매우 적다”며 “아내들이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며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를 잇기 어려운데, 군관 가족들은 기본적으로 장사를 할 수 없게 돼 있어 경제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군관 가족들은 군인들을 친부모의 심정으로 돌보라는 최고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수시로 군인들의 식량과 부식물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군관 배급만으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현실에서 부과되는 각종 상납 및 지원 과제는 군관 가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군관 가족들은 군관 못지않게 엄격한 규율이 요구돼 각종 조직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족소대에 소속돼 각종 생활총화와 학습, 강연회뿐만 아니라 인력 동원에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부대에서는 계속해서 충성심을 들먹이며 옥수수 상납을 강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시 과정에서 ‘온 나라가 당대회 관철을 위해 끓고 있는데 우리 군인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추동하기도 했다”며 “생활이 어려운 군관 가족들은 이런 지시가 내려올 때마다 괴로워하며 한숨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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