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서론: 방법을 말하기 전에 목표부터 분명해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이나 일방적 흡수를 목표로 하기보다 평화적 공존과 안정적 관계 관리를 우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일부는 대한민국 헌법상 통일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번 논쟁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하나의 방법론에 대한 입장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어떤 통일을 지향하는가. 그리고 변화한 한반도 현실 속에서 통일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흡수통일 찬반 논쟁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어떤 통일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Ⅱ. 본론
- 흡수통일은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정책이었는가
우선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흡수통일’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이 규정한 것은 통일의 목표이지 특정한 통일 방식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흡수통일이라는 표현은 독일 통일 사례와 함께 자주 등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가능성 또는 시나리오였을 뿐 국가의 공식 통일 방안으로 확정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곧바로 통일 포기 또는 헌법 부정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동시에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만으로 통일정책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특정 방법을 배제했다면, 그 이후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통일의 모습과 경로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 북한은 이미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별도의 국가로 명시하며 남북관계를 설명하는 기존의 표현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를 두고 북한이 통일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분명한 사실은 있다. 북한은 기존의 통일 담론을 수정하고 있으며, 남북관계를 설명하는 언어 역시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사회의 논쟁이 여전히 ‘흡수통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북한은 이미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남북관계 자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흡수통일의 찬반이 아니라 변화한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통일의 방법을 둘러싼 논쟁보다 먼저, 통일의 목표와 남북관계의 미래상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 통일정책은 희망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작동한다
통일은 여전히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통일정책은 희망만으로 추진될 수 없다. 상대가 변화하면 정책도 함께 점검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통일정책은 평화, 대화, 협력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가치들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남노선 변화와 국제 정세의 변화는 기존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향민 사회와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내부 분위기와 대남 인식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북향민들은 최근 북한 내부 분위기 변화와 대남 인식 변화를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반면 정책 담론은 여전히 과거의 통일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은 현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정책 언어 사이의 거리가 커질수록 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 이제는 통일의 방법보다 목표를 논의해야 한다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남북관계를 지향하는가. 평화공존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한다면 어떤 조건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그리고 북한의 변화 속에서 통일부와 정부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문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정책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과 경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흡수통일 논쟁은 정치적 공방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된다면 이번 논쟁은 오히려 한국 통일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Ⅲ. 결론: 이제는 통일의 정의를 다시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흡수통일 관련 발언은 단순히 통일 방식에 대한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 통일정책의 목표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통일을 지향하는가.
북한은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있다. 국제질서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의 통일 담론만 반복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방향이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통일의 목표와 원칙, 그리고 현실적 경로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가 시작해야 할 진짜 통일 논쟁이다. 통일의 방법을 둘러싼 논쟁은 많았다. 통일의 방법을 둘러싼 논쟁은 수없이 반복돼 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어떤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지, 그 목표부터 국민 앞에 정책으로 설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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