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9차 당대회 관련 단상(5): 김여정 전면 등장 의미

지난 2022년 8월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 당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월 24일 아침 9차 당대회 5일차(2.23) 소식을 전하면서 매우 의미 있는 인사 조치(필자가 예상한 김여정의 지위 격상)를 보도했다.

‘김-김-최 트로이카 체제’의 수면 위 부상

첫째,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부(副) 자를 떼고 장관급인 ‘당 부장’ 직책에 승진·기용되었으며, 5년 전 물러난 권력의 핵 ‘당 정치국 후보위원’ 직위에도 복귀되었다. 이는 김정은의 분신으로서 그간 막후에서 대남-대외문제를 총괄해 온 그의 행보가 보다 공식화, 활발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이와 함께 대표적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당 비서’에 발탁되었다. 이는 답보 상태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과 경제·외교 협력에 보다 속도를 내려는 김정은의 속셈, 바램을 알 수 있는 가늠자다.

셋째, 이런 가운데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최측근에서 대미-대러 외교를 보좌해온 최선희 외무상은 ‘당 정치국 위원’ 직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넷째, 한편 김재룡 당 규율조사부장이 최룡해가 물러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직위에 발탁(당 비서와 당 부장에도 가장 먼저 호명됨)된 가운데, 조용원이 당 비서와 당 부장직에 호명되지 않은 점(당 정치국 상무위원직만 보유)을 고려해 볼 때, 조용원이 조직비서를 김재룡에게 넘기고 3월 중 개최될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명목상)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외빈 접견·신임장 접수 같은 외교의전과 입법 활동 총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태성 내각 총리가 최룡해 자리로 가고 총리를 새로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사점

김정은의 이 같은 외교라인(대남 포함) 재정비는 최측근 조용원의 전진 배치를 통한 외교-입법 업무 활성화와 그간 수면 하에서 작동시켜 왔던 ‘김여정-김성남-최선희 막후 트로이카 체제’의 공식화를 통해 대외·대남정책 추진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려는 김정은의 의지로 읽을 수 있어 주목된다.

이번에 김정은의 신임을 공개적으로 확인받은 김여정은 김정은 체제 공고화(백두혈통으로의 영구 세습 포함)와 대남 사업 전반에 있어 공식·비공식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대남 분야가 주(主)가 될 것이지만, 대남-대외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무조(T/F) 책임자 역할을 통해 전반적으로 조정, 리드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당 부장 임무는 ‘적대적 2국가론’ 선언(2023.12) 이후 통일전선부 폐지·축소 과정에서 편성된 대적지도국(10국)을 다시 확대·분리하여 ‘대적지도부’ 수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이로 볼 때 향후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은 김여정(총괄), 김성남 당 국제부장(중국-사회주의권), 최선희 외무상(대미-대러)을 3축으로 하여 활동과 공조에 더욱 가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남북대화 복원은 북한이 당분간 ‘적대적 2국가론’의 완전한 뿌리내리기, 중-러-사회주의권과의 진영외교를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경제 건설 노선에 계속 집중할 것이므로 크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트럼프와의 회담이 이뤄진 후 남과 북의 관계가 아닌 ‘국가(조선) 대 국가(대한민국)’ 차원의 마주 앉기 정도를 고려해 나갈 것이다.

맺음말

북한이 아직 김여정의 담당 분야를 밝히지 않고 있어 속단은 이르다. 그렇지만 대남 분야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므로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기존에 맡고 있는 선전선동 분야는 주창일 부장이 건재(리일환 선전비서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있고, 현시점이 ‘최근 우호적으로 형성된 국제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재명정부의 거듭된 러브콜에 적의 대처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번 북한의 김여정 전면 등장 인사는 ▲남북관계 단절과 대남 위협을 통한 이재명정부 길들이기(기대감과 초조감 동시 유도)를 당분간 지속하는 가운데 ▲러-우 전쟁 종전이 임박해지는 시점에서 대중-대러-대미 외교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통 김성남을 당 국제담당비서로 발탁하고, 시진핑의 김정은 당비서 선출 축전문을 제일 먼저 보도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 이재명정부의 선제적 유화조치에 김여정이 호응해 나왔고, 이번 인사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북 문제를 다루는 정부 관계자나 언론은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의 절박성과 완고성, 최근 김여정 대남 담화의 전체적 맥락(일부 격려+전반적 요구, 위협), 북한의 진영외교적 대외정세관 등을 무시하고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봐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사업총화 결론을 통해 핵과 사상, 자력갱생에 기초한 사회주의 체제 발전 노선을 보다 더 강력하게 천명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적대적 2국가론’ 기조를 섣불리 허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의 문은 끊임없이 두드리되,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자주국방 태세를 굳건히 해나가면서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너무 집착하고 서두르면 오히려 놓쳐 도달하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은 늘 유념해야 할 격언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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