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占시장①] 미신 금지하는데 권력층이 앞다퉈 점집 찾아

통제 및 처벌 강화 분위기 속 위기감 증폭…점집이 권력층·부유층 불안 해소의 공간으로 자리 잡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2월 13일 각지 주민들이 정월대보름을 즐겁게 맞이했다면서 평양 밤하늘에 뜬 보름달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전역에서 미신 행위가 갈수록 성행하면서 이른바 ‘점(占)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신 행위는 단속 대상임에도 단속의 주체가 되는 이들까지 점집을 찾으며 미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통제와 처벌 강화라는 환경 속에서 누적된 불안이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매년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사이에는 한해 운을 점치기 위한 주민들의 점집 방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대표적인 미신 행위인 ‘액막이’와 ‘방토’ 역시 이 시기에 집중된다.

특히 과거에는 생계에 불안을 겪는 주민들이 점집의 주된 고객층이었다면 최근에는 ‘정복쟁이’라 불리는 보위·안전기관 종사자나 당·행정기관 간부들, 돈주 등이 점집을 찾는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새해를 기점으로 점집을 찾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요즘에는 특별히 당, 행정, 사법기관 일꾼들과 돈주, 그리고 그 가족들이 앞다퉈 점집을 찾고 있다”며 “점을 잘 본다거나 신통하다고 소문난 점집에 권력층, 부유층이 몰려 길게는 한 달가량 대기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는 잘 본다는 소문만 있으면 다른 지역의 점집까지 찾아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양강도 혜산시의 한 돈주는 이달 초 함경남도의 한 유명 점집을 찾았는데, 해당 점집은 전국 각지의 권력층과 돈주들이 암암리에 몰려드는 곳으로 소문난 집이라고 한다.

돈주들은 대부분 비공식·불법적 경제활동으로 부를 추적했기 때문에 통제나 처벌이 강화될수록 미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최근 국경 지역의 돈주들은 ‘간첩 활동과 연관돼 자금을 축적했다’는 이유로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어, 이로 인한 위기감이 미신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력층에 속하는 이들 역시 통제 및 처벌 강화 분위기에 자리 보전에 대한 불안감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고, 이러한 불안 심리는 이들을 점집으로 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코로나 이후부터 당 간부들이나 법관들이 해임, 철직되거나 조동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매년 초 점집을 찾아 재수가 나쁜 달이 언제인지 점쳐보고 액막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간부들의 규율 위반, 기강 해이 현상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대표적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6월 12일 열린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회의에서 일부 당 간부들 속에서 나타나는 세도와 관료주의를 비롯한 불건전하고 비혁명적인 행위를 강하게 지적하고, 규율 감독·심의 및 책벌 규범에 관한 과업을 밝힌 바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당 간부들이나 법관들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지만 지금은 까딱하면 비혁명적인 행위로 몰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점집은 권력층의 불안을 흡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책임연구원은 북한 내 점시장 확대를 최근 북한 법령 전반에서 처벌 규정이 강화되는 흐름과 연결 지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해임·철직이 잦은 권력층과 단속 강화에 직면한 신흥 부유층 모두 법적 안전지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시장 확대는 단순한 미신 유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불안 증폭을 보여준다”며 “처벌 중심의 법 제도가 강화될수록 이러한 비공식적 불안 해소 시장은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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