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장터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의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필자 역시 두 청년의 증언이 너무나 참담해 몇 번이고 되뇌어 보았다. 이제 갓 스무 살 넘어 보이는 청년들은 “살아있는 게 불편하고 죄스럽다”라고 했다. 포로로 잡힌 것은 역적이고 어떻게든 수류탄을 찾아서 자폭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투 중 자폭 드론의 공격으로 머리와 얼굴이 떨어져 나가 사망한 전우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는 증언은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부상을 입어 나흘간이나 쓰러져 있다가 포로가 된 그는 자신의 머리를 기둥에 들이받아서라도 목숨을 거두려 했다. 주변에 수류탄이나 칼이 있었으면 자폭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죄스럽다는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포로가 되지 말고 자폭하라고 명령하는 북한 정권의 사악함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증거가 또 있을까? 북한에 돌아가면 3대가 멸족된다는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었고 행동이었다.
군에 입대할 때 마지막으로 본 어머니는 차창 밖에서 내내 울고 계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두부 요리를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무슨 일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너무도 앳된 얼굴에 드러난 가족에 대한 걱정과 북송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삶에 대한 절망은 앳된 얼굴에 오롯이 묻어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점이다. 자신의 결심이 확고하니 도움을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의 피맺힌 절규에 이제 대한민국이 응답할 차례다. 방송 영상(MBC PD수첩 ‘러우전쟁과 북한군’)에는 이호르 브루실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과 면담한 내용도 있다.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젤린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협의 및 협상을 진행할 의사를 밝혔습니다”라고 했다. 물론 “한국이 우크라이나 포로 송환에 도움을 주거나, 이 방향으로 우리와 실질적인 대화를 한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우리 정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분명 협상의 여지가 있으며 해법의 실마리가 있다는 희망으로 들린다.
북한에서는 지금 러시아 참전 전사자들에 대한 영웅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은 평양에 위훈기념관 건설을 지시했고, 자신이 직접 기념식수와 조각상 제작까지 지도하는 모습을 선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에서 자폭한 군인은 영웅이고, 포로는 죄인이자 역적이라고 말한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포로가 된 두 청년이 북한으로 송환된다면 그 목숨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라는 대북정책 원칙 아래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올인하는 현 정권으로서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으로의 송환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를 생각한다면 다른 요인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을 살리는 것 외에 더 큰 책임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치, 이념, 사상을 떠나 오직 한가만 기억하자. “제발 살려달라”며 “대한민국으로 가겠다”는 그들의 절규를 말이다.
기어이 살아남아 그래도 이 세상이 살아갈 만한 것임을, 생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해 주면 좋겠다. 제발 차디찬 철창 안에 죄책감으로 고통받으며 생을 포기하게 하지 말자.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동원해 데려와야 한다. 꼭 그리해야만 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죽음의 문턱에 내몰린 청년들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정은 정권의 시선이나 형식적인 평화 담론에 머무르기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죄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보듬어 주기를 기대한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말해왔던 이들이라면, 지금 이 청년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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