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향후 5년 권력구조와 정책 노선의 큰 틀(frame)을 확정할 9차 당대회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countdown)에 들어갔다. 1월 24일 노동신문이 “당대회를 앞두고 기층 당조직 총회와 시군당 대표회가 열렸으며, 도당 대표회로 보낼 대표자 선거가 진행되었다”고 보도한 이후 대주민 선전전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카운트다운은 통상 7~10일 전 공표되는 ‘당 정치국 명의 결정서’ 형식으로 시작되므로 정확한 대회 일자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주요 경과
북한은 지난해 6월 하순 당 제8기 12차 전원회의에서 ‘2026년 초 9차 당대회 개최’를 결정하였으며, 12월 당 제8기 13차 전원회의(12.9~11)를 통해 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과 대표자 선거 방법 등 전반적 준비 과정을 체크하였다. 이 같은 국면에서 언론은 북한당국의 발표와 국정원 보고 등을 인용하며 ‘1월 말~2월 초 사이 당대회 소집’을 전망해 왔다.
필자는 이 같은 전망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당대회가 김정은 체제 운영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는 중요한 모멘텀이고 ▲통상 당대회 직전에는 당 전원회의가 소집되지 않았던(당대회 기간 중 새 지도기관 선출 이후 1차 전원회의 개최) 전례를 벗어나 12월 중순경 당 전원회의가 이례적으로 소집된 점 ▲무엇보다도 국제질서 및 한반도를 둘러싼 유동성이 매우 증대되고 있는 정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월 하순 이후 당대회 소집 시나리오’도 병행하여 상정·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제기한 바 있다.(세부 내용은 2025.12.24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9차 당대회 관련 단상: 소집 시기’ 참조)
이 같은 플랜A·B 관점은 지금도 변화가 없다. 당대회 참가 대표자 선출은 준비 과정 중 행정절차의 시작일 뿐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contents), 즉 당대회에 담을 메시지와 정책, 그리고 대내외 파급 영향에 대한 김정은의 종합적 판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은 극장국가의 능수능란한 연출자들이고, 지금 세계 및 한반도 정세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소집 시기
그렇다면 김정은 5년 치적 선전전과 대내외 파급효과 극대화를 위한 최고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당대회가 기층 당조직 대표자 선발 후 3주 이내 개최되었던 관례와 그간 전문가·기관들의 평가를 보면, 이번 9차 당대회는 ‘2월 초중순’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하여 대표적인 분석을 소개하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8차 당대회 개최에 앞서 진행되어 온 준비 일정을 분석한 결과, 북한 관영매체가 ‘시·군 당대표회’를 보도한 후 ‘도당 대표회’ 개최는 약 7~8일 후였으며, 도당 대표회 종료 후 ‘본 대회’까지의 간격은 약 8~10일인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 사례를 대입해 보면, 9차 당대회 개막은 내달 6~10일 사이일 것이다. 특히 2월 16일은 김정일 생일이므로, 2월 초순에 대회를 시작하여 일정을 마치고, 2월 16일에 열병식 등 당대회 경축 행사를 성대히 치르는 일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2025.1.24자 뉴스1 보도 인용)
홍 위원을 비롯 각계의 전망은 과거 사례와 다양한 첩보에 기반을 둔 예측이므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북한이 당대회 준비 과정을 활용하여 김정은 위대성 선전과 전사회적 총동원 태세 분위기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과 최근 주변 정세 급변에 맞는 맞춤형 정책 입안을 위한 시간 필요성 등을 감안해 볼 때, ‘2월 하순 이후 시나리오2’도 함께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즉 9차 당대회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에 기초한 탈(脫)선대 개인 우상화와 정책 수립, 당규약·헌법 반영 문제, 국방 및 경제발전 5개년계획 수립과 같은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으며, ▲특히 폭발성 높은 현안인 무인기 사태와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그리고 미중관계 유동성 향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질적 환경이 고려될 경우에는 2월 하순 이후, 좀 더 늦게는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4월 미중정상회담 추이를 지켜본 후 당대회 가능성까지도 여전히 열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무인기 사태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 및 공식 사과 이후 대응 방향, 러-우전쟁 종전 시나리오, 11월 미국 중간선거(트럼프-김정은 재회 타이밍) 등이 계속 맴돌고 있을 것이다.
맺음말
북한은 폐쇄국가이다. 그래서 북한의 정치 일정이나 의도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김정은이 젊은 승부사형 독재자이기 때문에 김일성-김정일시대보다 더 어렵다. 과거 잣대로만 북한을 관찰하다가는 뒤통수를 맞게 된다. 그렇다고 전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북한을 관찰하고 분석·평가하는 본연의 목적은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맺는다. 9차 당대회는 김정은이 선대 김일성·김정일을 넘어서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점을 대내외에 부각하는 최고의 선전장,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것이다. 향후 북한은 ▲당대회 준비(행정절차 및 ‘적대적 2국가론’의 법·제도·정책 반영)를 차분히 진행하면서 ▲무인기 사태, 러-우전쟁, 한미합동군사훈련, 미중정상회담 등의 추이를 주시하며 최적의 타이밍(2월 초, 2월 말~3월 초, 4월 이후)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갈 것이다. 아무쪼록 필자의 관점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거쳐 김정은을 바르게 상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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