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의 무인기 사태 대응 특이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1월 4일 국경 대공 감시 근무를 수행하던 우리 구분대들은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일대 상공에서 북쪽방향으로 이동하는 공중 목표를 포착하고 추적하였으며 우리측 영공 8㎞계선까지 전술적으로 침입시킨 다음 특수한 전자전자산들로 공격하여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 101.5고지로부터 1200m 떨어진 지점에 강제추락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추락한 무인기 잔해. /사진=노동신문·뉴스1

1월 10일 아침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월 4일과 지난해 9월 27일 한국이 북한영공(황해도)으로 침투시킨 무인기를 전자교란을 통해 격추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도 무인기 도발은 계속되었다. 한국이라는 정체는 변할 수 없는 가장 적대적인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다”라는 요지의 1월 9일자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주요 경과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개최하여 대책을 논의하였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군경합동조사팀 구성을 통한 정확한 실체 규명” 지시에 이어 국방부의 “북한이 주장하는 일자에 무인정찰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으며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는 우리 군 보유 기종이 아니다. 혹시 민간 영역에서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조사하겠다. 우리는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다”라는 입장 발표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한편 정치권은 ‘(야당)내로남불식 안보관-이재명 외환죄, (여당)북한선전 동조-무책임한 정치공세’의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11일 아침 김여정은 윤석열·이재명 대통령을 ‘윤가·이가’로 폄훼하는 등 무시, 조롱, 진상조사 및 사과 압박, 맞대응 무인기 도발 위협 등의 막말 담화로 타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주목점

이 대통령이 정확한 실체 규명을 지시하였으므로 진위 여부, 운용 주체와 배경 등이 차츰 밝혀지겠지만, 현시점에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눈에 뜨인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공개 시점과 관련한 의문이다. 왜 북한은 1월 4일에 격추해 놓고 곧바로 발표하지 않았을까. 왜 6일이나 지나서야 발표했을까? 좀 더 이상한 것은 지난해 9월 격추 때에는 침묵했다가 왜 이번 1월 격추 보도에 끼워 넣어 공개했을까? 이다.

다음으로는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은 적(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도발 주체로 군(軍)을 지목한 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와서도 무인기 도발은 계속되었다…우리 영공에 침입한 무인기들이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한국의 민감한 전선지역에서 주간에 이륙하여 한국군의 각종 저공목표 발견용 전파탐지기들과 반무인기장비들이 집중배치된 지역 상공을 제한 없이 통과하였다는 것은 무인기 침입 사건의 배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앞에서는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바늘 끝만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 대한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한국이라는 정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데 또다시 도움을 주었다…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한국이라는 정체는 변할 수 없는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다.”

세 번째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김여정의 강한 비난과 위협 속에서도 김여정이 우리 군의 입장 발표에 대해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 다행히도”와 같은 표현으로 정확한 진상조사를 유인하면서, “만약 한국당국이 민간단체의 자유 논리로 빠져나가려 한다면 대한민국이 수많은 비행물체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한 점이다.

의도 분석

①타이밍(timing)

무인기 조사는 2024년 10월에 전례가 있었으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조사 후 적절한 발표 시점을 저울질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염두에 두었을 환경은 ▲마두로 체포 사태(1.3~), 이재명 대통령 방중(1.4~7)과 방일(1.13~14), 김정은 생일(1.8) 등과 겹쳐 내외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피하면서 ▲금명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9차 당대회 정치 일정에 이번 사태를 적의 활용하려는 셈법이 깔려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김정은 정권 5년 대계와 홀로서기의 원년이 될 9차 당대회 소집을 앞두고 이번 사태를 ‘적대적 2국가론’에 기초한 대내외정책의 정당성 확산과 총동원 태세 확립을 위한 모멘텀으로 이용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전 지역-기관별 궐기모임’을 개최하며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과 대남 적개심 고취를 위한 전방위 활동을 본격화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9월 격추 사건을 그 당시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25년 9월 말 한반도 정세는 이재명 대통령의 남북 간 평화 정착을 강조한 유엔총회 첫 연설과 대북 선제적 유화조치,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10월 말 경주 APEC 참석을 계기로 한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다양한 형태로 모색되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사태를 신중하게 관망(wait&see) 하던 시기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해 9월 27일 11시 15분경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한 적 무인기는 우리측 지역 황해북도 평산군 일대 상공에까지 침입하였다가 개성시 상공을 거쳐 귀환하던 중 아군 제2군단 특수군사기술수단의 전자공격에 의하여 14시 25분경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의 논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②채찍(stick)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2회의 무인기 침투 도발을 이중적 행태의 가시적 증좌로 삼아 무인기 보복 침투를 위협함으로써 당국 차원의 비핵화 언급은 물론 민간의 대북 자유화 활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고 평가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적대적 2국가론’의 당위성(‘헤어질 결심’)을 주입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한계(‘무시하고 두드려도 아무 말 못 한다’)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당면하여 군사적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9.19 군사합의문’ 복원(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항공정찰 금지)을 앞당기게 하는 효과도 내다본 다목적 수(手)라고 생각한다.

③당근(carrot)

한편 북한이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현명한 선택, 다행히도”와 같은 표현을 쓴 것은 진상조사 독려·공개를 유도함으로써 무인기 침투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사과 유도를 통한 길들이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는 거부하면서 요구만 계속해 나가는 과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맺음말

2026년 올해는 김정은이 선대 김일성·김정일의 ‘민족·통일 중시 노선’을 부정하고 자신의 ‘적대적 2국가론’(2023.12 최초 주창한 이후 암중모색해 왔음)에 기초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 건설을 법적·제도적으로 본격 추진해 나가는 원년(元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김정은의 큰 그림은 상반기 중 소집될 9차 당대회에서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무인기 격추 사건은 대남 적개심 고취·전사회적 총동원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인입선(引入線) 역할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대내적으로 주민 사상개조와 총동원 태세 구축, 대남면에서는 이재명 정부 길들이기와 남남갈등 조장의 최고 소재(‘님도 보고 뽕도 따고’)로 활용해 나갈 것이다.

이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국론이 분열되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는 각자도생의 길로 치닫고, 핵을 가진 김정은의 갑(甲)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노골화될 터인데 걱정만 늘어 간다. 김여정의 요구에 맞춰 신속 조사·발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혹여 민간이 운용 주체로 밝혀지더라도 북한의 과거 도발 사례, 국내법, 국제법, 국민 정서, 향후 남북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북한이 시험하고 있고 온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강 대 강도 문제이지만, 무조건적인 저자세는 더 큰 문제다. 현재는 물론 미래를 발목잡기 때문이다. 말(rhetoric)만 수려해선 안 된다. 외날개(one wing)로만 날아선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민주권 정부답게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가 먼저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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