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해외 파견 노동의 국제법 책임 구조와 NGO 과제

2019년 2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세관 안에 북한 여성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문제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불편한 진실이자 법의 사각지대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이하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2017년)와 2397호(2017년)를 통해 북한 노동자의 신규 고용을 금지하고 기존 노동자의 전원 송환을 강력히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 시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중동의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산업 연수생’이나 ‘유학생’이라는 편법적 비자로 위장한 채, 국가의 조직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외화벌이 전사’로 복무한다.

최근 대한변협 인권재단과 데일리NK가 공동주최한 세미나(강제노동의 책임을 묻다: 법적 쟁점과 대응 방안)와 기획보도(그물에 갇힌 인권)에서 드러났듯, 이 문제는 단순히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는 인도적 차원을 넘어선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되는 ‘안보 위협’이자, 강제노동 생산품이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전 세계 소비자의 식탁과 옷장에 오르는 ‘통상 규범’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을 단순한 인권 유린의 현장이 아닌, 국제법적 책임이 중첩되고 충돌하는 복합적인 법적 쟁점의 장(場)으로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실효적 통제와 역외적 인권보호 의무(ETO)의 구체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의 가장 독특한 법적 특징은 파견국(북한)이 타국 영토 내에서 자국민에 대해 강력하고 배타적인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국제법상 영토 주권 원칙에 따라 통상적으로는 체류국(사용국)이 일차적인 관할권과 인권 보호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노동자들은 해외에 나와서도 여권을 압수당하고, 파견된 보위부 요원의 상시 감시를 받으며, 사생활 전반을 철저히 통제받는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수용소 체제가 국경을 넘어 이식된 것과 다름없다.

이는 국제인권법상 ‘역외적 인권보호 의무’(Extraterritorial Human Rights Obligations; ETOs) 논의의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등이 제시하는 ‘실효적 통제’(effective control) 기준에 따르면, 국가가 자국 영토 밖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면 그에 따른 인권 보호 의무도 함께 짊어진다. 북한 당국이 해외 사업장에서 행사하는 직접적인 감독권과 처벌 권한은 명백한 북한의 역외 관할권 행사인 동시에 이는 사용국 영토 내에서의 주권 침해 소지까지 발생시키는 기형적인 구조다. 따라서 북한은 ILO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Forced Labour Convention, 1930) 위반은 물론, 시민적·정치적 권리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상의 이동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을 국경 밖에서도 침해하는 직접적인 행위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안보리 결의의 구속력과 사용국의 국가책임(State Responsibility)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는 사용국(주로 중국과 러시아)의 책임 또한 무겁다. 유엔 헌장(UN Charter) 제25조에 따라 안보리 결의는 모든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사용국이 북한 노동자의 체류를 묵인하거나 편법 비자 발급으로 송환을 미루는 행위는 단순한 비협조가 아니라, 국제법상 조약 준수 의무를 위반한 ‘국제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국제인권규약 가입국으로서 사용국은 자국 관할권 내(territorial jurisdiction)에 있는 모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할 ‘보호 의무’(duty to protect)가 있다. 북한의 보위 요원에 의한 감금, 폭행, 임금 착취가 자국 영토 내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부작위(omission)에 의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상의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곳’으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non-refoulement)이다. 이는 조약 가입 여부를 떠나 준수해야 할 국제 관습법적 규범임에도, 현장에서는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 고려에 의해 빈번히 무시되고 있다. 사용국은 북한의 강제노동 시스템을 용인함으로써 국제법적 공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역 규범과 인권의 결합: WTO 체제와의 긴장과 조화

최근 글로벌 공급망 규제는 이 문제에 새로운 법적 지평을 열고 있다.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 UFLPA)이나 EU의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정(Forced Labour Regulation)은 강제노동 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흥미로운 법적 쟁점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의 관계다.

전통적인 자유무역 관점에서 특정 국가 상품의 수입 금지는 차별적인 무역 제한 조치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국제법은 무역 자유화보다 인권과 공공 도덕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제20조는 ‘공공 도덕’(public morals) 보호나 ‘인간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인 무역 제한을 허용한다. 즉, 북한 강제노동 생산품에 대한 제재와 수입 금지는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국제통상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인권 보호 조치로서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인권 문제가 통상 제재의 가장 강력한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GO, 법적 공백을 메우는 ‘규범의 감시자’이자 ‘집행의 조력자

이처럼 촘촘한 법적 그물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구멍은 여전히 크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결의 위반의 당사자가 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NGO의 역할은 단순한 호소를 넘어 ‘법적 증거의 수집가’이자 ‘규범의 감시자’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애드보커시 활동을 제안한다.

첫째, 실효적 통제 입증을 위한 정밀한 증거 기록(documentation)이다. 단순한 피해 사례 수집을 넘어, 법적 증거 능력을 갖춘 기록이 필요하다. NGO는 북한 당국이 해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휘 계통을 통해 지시를 내리고, 처벌하며, 임금을 갈취하는지 보여주는 지휘 책임(command responsibility)의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이는 향후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나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에 따른 각국 법정에서 북한 관리자들의 개인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결정적인 법적 자산이 된다.

둘째, 공급망 실사법 입법 및 개정 캠페인이다. 한국은 현재 공급망 실사법 제정 논의가 한창이다. NGO는 이 법안에 국가 주도 강제노동(state-imposed forced labor)을 핵심 고위험 요소로 명시하고, 해당 지역 생산품에 대해서는 기업에게 강제노동이 없었음을 입증하게 하는 입증 책임 전환(rebuttable presumption) 조항을 포함하도록 입법 로비를 펼쳐야 한다. 이는 GATT 제20조의 예외 조항 논리를 국내법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셋째, 기업의 인권 실사(due diligence) 이행을 압박하는 주주·소비자 행동이다. 기업이 북한 노동력이 투입된 하청 업체와 거래하는 것은 단순한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ESG 경영의 리스크이자 법적 제재 대상임을 경고해야 한다. NGO는 위성 정보와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공급망 위험 지도’를 작성하여 기업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무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명단공개·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 전략을 넘어 주주 서한 발송 등 실질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

넷째, 난민법적 지위 인정(Refugee Status Determination; RSD)을 위한 법률 지원이다. 탈출한 노동자들이 단순 불법체류자가 아닌, ‘현장 난민’(sur place refugee)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도록 제3국에서의 법률 조력을 강화해야 한다. 귀국 시 처벌받을 위험이 명백하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구성하여,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현지 법원을 설득하고 이들을 안전한 제3국으로 인도하는 전문적인 법적 애드보커시가 필요하다.

다섯째, 헌법 제3조에 기반한 한국 정부의 책임 촉구다.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현실적 제약이 있더라도, 한국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영사 조력 요청이나 외교적 항의를 수행해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인권의 호소를 넘어 법의 무기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은 국제인권법, 국제형사법, 국제통상법의 가장 약한 고리들이 얽혀 있는 난제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이 문제는 국제사회가 ‘법의 지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을 차단하는 것은 안보리 제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촘촘한 공급망 규제와 기업의 실사, 그리고 형사책임을 묻는 사법적 정의가 결합 되어야 한다. 이제 시민사회의 연대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냉철한 국제법적 논리와 정밀한 증거로의 무장이 긴요하다. 강제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불법성을 입증하고, 침묵하는 사용국과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법률전’(Lawfare)을 시작해야 할 때다. 그것이 그물에 갇힌 인권을 구하고 무너진 국제규범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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