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국제법] 북한 철도려객수송법, 개선인가 통제인가

북한의 기차.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5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915호로 채택해 6월 1일부터 시행한 「철도려객수송법」은 표면적으로는 “늘어나는 여객수송수요와 인민들의 여행상 편의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총 6개 장 43개 조로 구성된 이 법은 철도 여객 운송의 조직과 운영, 봉사, 질서 준수, 법적 책임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견 북한 법제의 현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로 이 법은 김정은 시대 북한이 강조해 온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법률 제‧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2011년 205개였던 법률이 2015년까지 236개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법제화 노력은 교통 분야에서도 지속되어 기존 철도법(1987년 제정)에서 여객수송 부분을 분리하여 전문화한 것이 바로 철도여객수송법이다.​​ 그러나 국제인권규범의 관점에서 이 법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주민의 편의 증진보다는 이동의 자유에 대한 국가 통제를 법률로 공고화하려는 시도임이 드러난다. 북한은 헌법 제75조에서 “공민은 거주, 여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으나 실제 여행증명서 제도를 통해 주민의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다. 이번 철도여객수송법은 이와 같은 모순적 이중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법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지난 5월 채택한 ‘철도여객수송법’으로 주민 이동 자유 제한)

형식적 개선 요소: 법치의 외관

철도여객수송법에서 발견되는 일부 긍정적 요소들은 북한이 형식적으로나마 국제적 규범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법제화를 통한 예측 가능성 향상 측면에서 볼 때 기존에 관행적‧임의적으로 이루어지던 규제를 명문화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였다. 제5장 처벌 유형과 범위를 명시(벌금, 경고, 무보수노동 등)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자의적 처벌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둘째, 여객 서비스 및 안전 규정의 도입이다. 제18조는 여객봉사의 기본요구사항을 명시, 제19조 식당, 매대, 휴게실 등 편의봉사시설 운영을 규정한다. 제20조는 여객의 소지품 분실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을 규정하며, 제26조는 여객의 생명안전 보장과 위험방지 의무를 명시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일정 수준의 서비스 기준을 법으로 명시함으로써 주민 보호 의도를 형식적으로나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취약계층 보호 규정이다. 제24조는 “늙은이, 어린이, 장애자, 임신부, 병자 같은 여객에게는 특별한 편의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국제인권규범의 비차별 원칙 및 취약계층 보호 원칙과 일정 부분 조응하는 내용이다.​ 넷째, 차표 가격 규정의 명확화다. 제11조는 차표가격 결정 기준(운행거리, 열차급별, 객차등급별)을 명시하여 자의적 요금 부과를 제한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북한이 형식상으로나마 현대적 교통법제 외관을 갖추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전, 서비스, 보상 등 개념은 국제 교통법제의 기본 요소로 북한 역시 이를 인식하고 법률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27조: 이동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개선 요소들은 법의 핵심적인 인권침해 조항들에 의해 무색해진다. 가장 심각한 조항은 제27조 ‘증명서의 지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객열차로 여행하려는 여객은 공민증(시민증), 여행증명서 같은 필요한 증명서를 지참하여야 한다. 해당 증명서가 없는 여객은 여객열차로 여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심지어 역 플랫폼 출입을 위해서도 ‘나들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2조 제1항이 명시한 “합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 영역 내에서 이동의 자유 및 거주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 제1항 역시 “모든 사람은 각국의 경계 내에서 이동 및 거주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ICCPR 제12조 제3항은 이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일정 조건 하에 허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제한은 ①법률로 규정, ②국가안보·공공질서·공중보건·도덕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며, ③국제규약이 인정하는 다른 권리와 양립해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나 북한의 여행증명서 제도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우선, 모든 주민 대상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포괄적 제한이며, 정당한 목적이나 비례성 없이 이동의 자유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국제인권규범이 허용하는 예외적 제한의 범위를 훨씬 초과한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일반논평 27호에서 “이동의 자유 향유는 어떤 특정한 목적이나 이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하였다.​​ 북한의 여행증명서 제도는 구소련의 프로피스카(propiska) 시스템과 유사한데, 해당 제도는 국제사회로부터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로 강력히 비판받은 바 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이동 제한이 ‘인도에 반한 죄’(반인도범죄)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행증명서 발급에는 짧게는 수일, 길게는 3개월 정도 걸리며, 평양이나 국경 지역으로의 여행증명서는 국가보위성의 승인이 필요해 발급이 더욱 어렵다.

제40조: 국제법이 금지하는 강제노동

제40조는 차표 위조, 열차에 매달리는 행위, 직무집행 방해 등에 대해 “3개월 이하의 무보수노동, 노동교양처벌”을 부과,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3개월 이상의 무보수노동, 노동교양처벌”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ILO 강제노동협약 제29호가 정의한 “처벌의 위협 하에 강요되고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 또는 서비스”에 해당하는 명백한 강제노동이다. ICCPR 제8조 역시 강제노동을 금지하며, ILO 제105호 협약은 “노동 규율의 수단으로서” 강제노동을 사용하는 것을 특별히 금지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처벌이 형사재판 없이 행정적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유엔 COI가 확인한 바와 같이, 노동교양대에서 구금자들은 극심한 학대를 당하며 적절한 식량도 제공받지 못한다. 2024년 7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는 북한의 강제노동이 “깊이 제도화되어 있으며(deeply institutionalised)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야기한다”고 밝히면서 강제노동이 “노예화(enslavement)”, 즉 반인도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제32조 제8호와 제38~40조: 표현의 자유 및 공정한 재판의 침해

제32조 제8호는 “술판, 먹자판을 벌리거나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거나 우리 식이 아닌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ICCPR 제19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우리 식”이라는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개인의 문화적 표현을 제한한다.​​ 제38~40조는 다양한 행정 처벌을 규정하는데, 이는 법원의 판결 없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ICCPR 제14조가 규정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행정기관이 재판 절차 없이 처벌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의 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형식과 실질의 괴리: 개선의 한계

철도여객수송법에서 발견되는 형식적 개선 요소들은 다음의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서비스 규정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검증할 메커니즘이 부재하다. 북한의 사법부는 독립적이지 않으며 조선노동당과 최고지도자에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법원은 국가 통제를 집행하고 주체사상을 옹호하며 체제 권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둘째, 처벌 규정의 명문화가 오히려 통제 강화 수단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제32조는 10가지 금지행위를 나열하면서 일상적 행동까지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셋째, 여행증명서 의무화(제27조)로 이동의 자유는 여전히 원천적으로 제한되며, 이는 법률상 다른 모든 개선 요소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우려가 적지 않다. 이동할 자유가 없는 주민에게 열차 내 서비스 개선은 본질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취약계층 보호 규정(제24조)은 실제로 이들이 여행증명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열차에 탄 후의 좌석 배정 등 표면적 편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제인권의무의 명백한 위반

북한은 1981년 ICCPR을 비준하였기에 해당 조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하나, 철도여객수송법의 상기한 여러 조항은 이러한 국제적 의무와 명백히 충돌한다. 2014년 유엔 COI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북한의 정부, 기관 및 당국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2025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4차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최종보고서를 채택, 북한은 294개 권고 중 143개만을 수용, 144개를 “noted(사실상 거부)”하였는데 거부된 권고에 정치범수용소 폐지, 고문 중단,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종식,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이 포함되었다.

법제화된 억압,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

북한의 철도여객수송법은 형식과 실질의 심각한 괴리를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여객 편의와 서비스 개선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여행증명서 의무화(제27조), 강제노동 처벌(제40조), 문화적 표현 제한(제32조 제8호), 재판 없는 처벌(제38~40조) 등은 이동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핵심적인 국제인권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여객수송법이 일부 형식적 개선 요소를 포함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서비스 기준의 명문화, 취약계층 배려, 처벌 범위의 명시 등은 비록 제한적이고 형식적이지만 북한이 국제적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시대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 강조는, 비록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닌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이지만 장기적으로 법적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에 다음 사항들을 촉구해야 한다. 첫째, 여행증명서 제도를 즉시 폐지하고 ICCPR 제12조가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 둘째, 행정 처벌로서 노동교양처벌 폐지, 모든 형벌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의 재판을 통해서만 부과, 셋째, ILO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하고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근절, 넷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일상적 문화 활동에 대한 국가 통제의 중단 등이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북한의 형식적 법제화 노력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실질적 인권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대화 창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법률에 명시된 서비스 기준, 안전 규정, 취약계층 보호 조항 등이 실제로 이행되도록 국제사회가 기술 지원과 모니터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2014년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철도여객수송법은 그러한 후퇴와 동시에 형식적 변화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북한 주민들이 여행증명서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원하는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부당한 처벌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이는 북한 주민 약 2600만 명의 기본적 인간 존엄성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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