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광산 여성 노동자들의 차별·부당 대우 신소에 조사 본격화

20대 여성 노동자들, 열악한 환경·폭력에 억눌렸던 분노 터뜨려…중앙당 규율조사부가 직접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7일 “당 결정 관철을 위한 증산투쟁을 벌리고 있다”면서 은파광산 남산갱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안남도 은파광산 여성 노동자들이 지속적인 차별 및 부당 대우에 신소를 올리면서 중앙당 규율조사부가 광산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6일 “은파광산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최근 벌어진 한 여성 노동자의 사망 사건으로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를 터뜨리며 신소를 제기하고, 그것이 중앙에 닿으면서 당 규율조사부가 광산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소는 광산 합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여성 노동자 2명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광산 간부들의 부당한 노동 지시와 반복되는 폭력적·차별적 대우를 문제로 광산 당위원회에 여러 차례 신소를 제기했으나, 신소는 접수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부에서 “신소를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던 중 동료인 한 여성 노동자가 무리한 작업에 내몰리다 끝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이들은 더 상급에 신소를 올렸고, 이것이 중앙에까지 닿게 되면서 광산에 대한 내부 조사가 시작됐다.

소식통은 “은파광산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졸업 직후 집단으로 광산에 배치된 20대 처녀들인데, 광산 간부들과 남성 노동자들은 이들을 ‘독 안에 든 쥐’라 부르며 외부와 단절된 환경 속에서 마음대로 부리고 모욕하는 사례가 잦았다”며 “바로 이런 내용을 고발하는 신소가 결국 중앙에까지 닿으면서 규율조사부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규율조사부는 지난달 하순 일꾼들을 파견해 은파광산 여성 노동자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데다 남성 노동자들과 같은 막장에서 일하면서도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휴식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일부 여성 노동자가 병에 걸렸음에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작업에 내몰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심지어 자살 기도를 한 사례까지 있었다는 증언까지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조사 대상이 된 은파광산의 몇몇 간부들이 “문제가 커지면 자리가 위태롭다”면서 조사에 앞서 내부 기록 등 관련 문서를 조작하거나 없애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당 규율조사부 조사 인력이 광산에 추가로 파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조사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 “여성이라는 이유로 순종만 요구받는다”고 토로하면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남기자”며 저항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소식통은 “당 규율조사부는 은파광산뿐만 아니라 인근 광산, 탄광, 공장지대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까지 확대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앙에서는 8차 당대회 기간 은폐됐던 사건을 모두 들춰내라고 주문하는 동시에 9차 당대회 전까지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