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21 인질화와 우리의 경계 의식 사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3월 16일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재판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인질화-왜 발생하는가

통상 외부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는 방편으로 북한의 ‘인질화’가 자행된다.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거나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려는 목적에서, 특정 시기 긴장이 고조될 때 외국인 및 한국인 억류가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2009년 미국 여기자 억류는 2차 핵실험 국면과 맞물렸고, 천안함 사건 이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인의 석방 목적으로, 2013년 케네스 배 석방 협상은 3차 핵실험으로 북미 대치가 심했던 시기와 맞물렸다. 한국인의 억류 사례도 남북 관계가 긴장으로 전환될 때 대화 및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된 바 있다.

2016년 당시 오토 웜비어에게 선고된 15년의 노동교화형은 그가 저지른 혐의(선전물 절도)에 비해 과도하다는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많은 분석가들은 그의 억류를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외국인을 ‘인질’로 삼아 협상력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인질 협상의 과정과 결과

인질 협상은 인질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석방을 목표로 하며, 납치 세력(국가 및 무장단체)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상호 요구가 오간다. 이 과정에서 인질의 인권과 안전은 최우선되어야 하며, 인질 가족의 의견 역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오토 웜비어 사례에서는 2016년 강제 억류 이후 미국 정부가 석방을 위해 교섭했으나, 2017년 6월 북한 측의 통보로 그가 혼수상태인 채 송환되었고, 이후 그는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북한의 인권 침해 및 억류 정책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했고, 미국 의회는 이를 계기로 대북 제재 및 법안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다른 사례로는 과거 북한에서 불법 입국 혐의로 장기형을 선고받았던 미국 여기자들이 있다. 이들은 북한에 1분도 체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12년의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고, 고위급 중재(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등)를 통해 수개월 만에 석방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사건을 통해 자국의 주권과 법질서를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

대내·대외 메시지와 정권의 계산

잇따른 미국인 억류 사례에서 보았듯, 북한은 억류된 이들이 강제적으로 반미 발언을 하게 만드는 등 대내적 선전 및 정당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이는 내부 사회에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고 대미 적대를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의 인질화 전략은 단순히 외국인 억류에만 그치지 않고 가족을 통해 개인을 통제 압박하는 형태로 펼쳐진다. 통상 북한을 탈출해 제3국을 거쳐 자유를 얻은 탈북민들은 그들의 부모, 형제가 북한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가할 처벌과 사회적 통제 감시 수준에 두려움에 떤다. 북한 당국은 가족에게 ‘탈북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죄목을 적용하거나, 가족을 감시 대상에 올려 수시로 찾아가거나 위협하면서 압박을 가한다. 그 결과 공개 활동에 제약을 받거나 가족 안전을 이유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기 어렵게 된다.

전투 상황에서 생포된 군인 중 일부도 본국에 남은 가족의 보복 및 불이익을 우려한다. 가족을 볼모로 삼는 이러한 인질화는 현장에서 명령에 불복종할 가능성을 낮추고, 탈영을 시도하면 남은 가족들이 받는 처벌을 각오하게 만드는 ‘장벽’을 만들어 낸다. 이로 인해 포로 및 생존자 보호와 진실 규명이 지연된다.

이 사례들은 자국민 통제 수단으로 가족을 인질화하는 북한 당국의 전략이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이며,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2025년 5월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2명의 증언을 한 탈북민을 향해, “부모와 가족조차 돌보지 않는 지상의 쓰레기(scum of the earth) 같은 자들을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 발언했다. 북한인권 문제의 산증인인 탈북민들을 향한 강한 비난을 넘은 도의적 책임 전가를 잘 보여준다. 오히려 강제된 가족 분리의 현실을 타파하고 남은 가족을 위협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북한 당국인데, 이들을 볼모로 탈북민 증언자를 공격하는 데 급급한 북한의 낯을 보인 셈이다.

나가며

통상 인질범들은 논리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스스로가 공포와 복수심에 사로잡혀 감정을 폭발시키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며, 협상을 하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극도의 압박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가름하고, 인질을 구조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상대측으로서는 이들의 행위 기저에 깔린 의도와 전략을 읽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오랜 시일이 지났다 할지라도, 북한과 인질을 돌려받으려는 노력에 아낌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질화는 외교적 레버리지, 내부 결속, 정권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전략 중 하나지만, 짧은 효과를 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피해자 개인의 자유를 유린하고, 국제사회의 불신과 정권의 비인도적 본성을 부각시킨다.

우리는 이 피해자들과 가족을 위해 그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맥락과 배경에 대해 냉철히 분석하고, 해결의 가능성이 요원하더라도,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될 일이라는 전제가 흐릿해지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흐릿한 경계에 숨겨진 대가는 결국 우리의 몫이 된다. 그들의 행위가 범죄행위임을 명확히 재확인시키면서 단호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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