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썩어가는 농작물…’인력 총동원’ 대책에 불만 팽배

'낟알 썩어간다’ 아우성에 주민 총동원해 가을걷이 결속전 주문…“머릿수 늘린다고 될 일이냐” 비판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7월 1일 배수양수설비 가동 준비, 고랑 파기, 새끼줄 늘이기, 여러 개체 묶어주기 등 각 지역에서 장마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진행 중인 대책 사업들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일 내린 가을비에 농작물 피해가 확산하자 북한 당국이 ‘가을걷이 결속전’을 내세우며 전 전사회적 동원 체계를 가동하는 모습이다. ‘알곡 증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투쟁을 강하게 독려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18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계속된 비로 도내 여러 농장들에서 벼와 강냉이(옥수수), 콩, 들깨 같은 수확기 작물들이 썩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곳곳에서 ‘낟알이 썩어간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자, 당과 인민위원회가 가용 인력의 총동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염주군과 룡천군에서는 “가을걷이 전투에 모든 부문을 총동원하라”는 지시가 하달돼 근로자, 군인, 학생은 물론이고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까지 총동원되고 있다.

소식통은 “본래 가을은 곡식이 잘 여물고 잘 마르는 청량하고 건조한 날씨가 기본인데 연이은 비로 논밭이 질어 농기계도 못 들어갈 정도”라며 “결국 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게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젖은 볏단을 뒤집고, 비에 젖지 않게 비닐 박막이나 방수포로 덮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맹원들 속에서는 “머릿수만 늘린다고 될 일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에서는 여맹원들이 대체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데 허구한 날 동원을 요구하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비까지 사람 못살게 한다며 투덜거리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신 일 나갈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여맹원들은 북한 돈으로 하루 5만원 정도에 대신 농장에 나갈 인력을 구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 현장에서는 “사람을 더 동원시킨다고 하늘의 비가 멎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모든 것을 인력에만 의존해 해결하려는 방식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총동원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연이은 가을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자 농장들에는 “거둬들이는 족족 탈곡하라”는 지시가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장원들은 “탈곡도 어느 정도 말라야 가능한데 이렇게 푹 젖은 걸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비가 와도 젖지 않게 잘 모아둘 수 있는 장소만 있어도 이렇게 힘들게 농사지은 알곡을 썩히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함경북도에서는 농기계 고장과 연료 부족으로 가을 수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인과 청년 학생들을 농장들에 긴급히 투입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기관별 책임구역제를 설정해 볏단 운반과 낟알털기를 경쟁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