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창건 80주년을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조직별 정치사상 사업이 강도 높게 진행됐지만, 정작 주민들의 참여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당장 시급한 월동 준비 때문에 조직 생활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1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이달 들어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이나 학교 등에서 당의 연혁이나 정책, 이념을 소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는 기념 강연회나 학습 등이 연이어 진행됐다.
그러나 참석률은 상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혜산시의 한 여맹 조직은 지난 9일 낮에 기념 강연회를 열었는데, 참석 대상자인 여맹원 25명 중 절반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교들에서도 당 창건일을 기념한 각종 정치사상 사업이 진행됐지만, 학교에 나오는 학생 수 자체가 너무 적어 참석률이 낮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은 부지깽이도 뛴다는 가을이라 학생들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고 있다”며 “조직에서 아무리 강연이니 학습이니 내밀어도 사람들의 관심은 겨울을 어떻게 버틸지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이 되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월동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학생들도 땔감이나 낙엽을 모으기 위해 등교를 포기하고 산으로 향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양강도는 북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고, 혹독한 겨울 추위로 악명이 높아 땔감 마련에 대한 주민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 이에 학생들까지 월동 준비에 동원되고 있는 것인데, 교사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결석을 사실상 눈감아 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돈 있는 사람은 시장에서 장작을 사지겠지만 없는 사람은 산에 올라 나무를 직접 베어 와야 한다”며 “단속될 위험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얼어 죽기에 생존을 위해 나무를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당 창건 80주년을 맞으며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념이나 최고지도자의 애민 정치를 선전하는 강연회나 학습을 더욱 빈번하게, 집중적으로 진행하니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정치사상 사업을 성가시게 여겼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강연회에서는 오히려 수령님들이 인민을 위해 가꿔 놓은 조국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강연회를 들어서 뭐하겠냐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그는 “땔감이 없으면 겨울 내내 추위에 시달려야 하고 얼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무 한 토막이 귀한 게 지금의 현실인데 한가하게 강연회에 앉아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일단은 살아야 혁명도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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