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기존 ‘정찰총국’을 ‘정찰정보총국’으로 확대 개편하며 위성·사이버·신호·인적 정보까지 한데 묶어 새로운 정보전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알려왔다. 위성정찰과 정보분석, 사이버 활동을 결합한 종합 정보기관으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정찰정보총국은 박정천 동지(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가 9월 중순 담화에서 처음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올해 4월부터 내부 검토가 시작돼 6월 말 최종 확정됐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정찰총국이 맡아온 침투·공작 기능에 더해 위성·사이버·신호·인적 정보 분석 기능이 한데 묶인 형태로 재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편은 단순히 이름을 바꾼 수준이 아니라 정찰총국이 군사침투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위성 감시와 데이터 분석을 병행하는 ‘군사 정보본부형 기관’으로 바뀐 것”이라며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맞는 정보전선의 지휘체계를 새로 세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9년 군 정찰국과 당 작전부, 당 35호실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만들었는데, 이번 개편은 그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다만 이번에는 외곽 조직을 흡수하기보다는 기존 정찰총국 산하의 위성·사이버 정보 분석 기능을 정식화해 권한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2023년 11월)이 있다고 한다. 자체 평가로도 이 위성의 해상도는 낮지만,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한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적대국(미국, 일본)의 훈련장·활주로·항만 등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신호정보(SIGINT)·인적정보(HUMINT)·사이버 정보와 결합해 ‘다층 분석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정보총국은 이렇듯 여러 정보 자산을 서로 연결해 상호 보완하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위성·사이버·신호·인적 정보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전 흐름 속에서 상호 보완되도록 체계화된 것이 특징”이라면서 “이렇게 서로 연결된 체계 덕분에 오경보(잘못된 탐지)를 줄이고,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현재 내부에서는 ‘24전략근무’라는 이름의 회의가 매주 운영되고 있으며, 위성·사이버·신호·인적 정보를 한데 묶은 종합 상황 보고가 주 단위로 최고사령부와 당중앙군사위에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박정천 부위원장이 지난 9월 담화 때 직접 “정찰정보총국으로부터 연합훈련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점은, 이 조직이 이미 핵심 정보기관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찰정보총국장은 총참모장과 당중앙군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최고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정찰정보총국은 정치와 경제, 외교 분야의 정보까지 다루는 국가형 정보기구로 확대됐다”면서 “대외공작, 사이버 활동, 제재 회피 네트워크 관리가 모두 한 기관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찰정보총국이 정보전·경제전·심리전을 하나로 결합한 ‘삼위일체식 전략 운영체계’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와 위성 추진·센서·지상국 관련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찰정보총국 내에는 러시아 전문가와 접촉하는 전담 부서가 만들어졌으며, 군사기술 자문형 협력이 우선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라오스, 베트남, 남미 등 제3국 지역에서도 정보망 구축과 자금조달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과는 중국 지방정부나 민간 기업 단위에서 상용 전자부품, 데이터 처리 기술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무역회사와 정찰정보총국 직속 회사 간 계약을 통해 기술 이전을 받으면서 이를 ‘민수 거래’로 위장해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