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원생 생일파티 영상에 “모란봉악단보다 잘한다” 했다가…

청년동맹이 "감히 원수님 악단 입에 올렸다"며 꾸짖자 학생들 "실력은 우리가 더 뛰어난 게 사실" 발끈

2012년 7월 6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강원도 원산시의 한 학생이 친구들에게 생일파티 영상을 자랑하듯 보여줬다가 청년동맹 조직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을 보면서 ‘모란봉악단’을 언급한 친구 역시 문제시됐는데, 이는 사소한 발언 하나까지도 사상 문제로 비화되는 북한의 현실을 보여준다.

19일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에 따르면, 원산예술학원의 한 학생이 이달 중순 생일을 맞아 학원 동기생 여러 명을 집으로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후 파티에 오지 못한 다른 동기생들에게 이를 자랑하듯 보여줬다.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 요란한 생일파티 영상을 본 한 학생은 “모란봉악단보다 더 잘하네”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학원 청년동맹 지도원의 귀에 들어가면서 사건화됐다.

소식통은 “모란봉악단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악단을 비유한 것이 문제였다”며 “예술학원 학생들이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을 테니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겠지만, 이것을 청년동맹에서 크게 문제 삼아 전체 학원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전했다.

학원 청년동맹은 생일파티를 연 학생은 물론 모란봉악단을 언급한 동기생도 불러들여 “사상적으로 병들었다”, “생일에 그냥 놀기만 하면 되지 왜 영상까지 찍느냐”, “감히 모란봉악단을 입에 올리느냐”며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예술학원 학생들은 청년동맹 조직이 ‘모란봉악단보다 잘한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는 사실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방 예술학원 학생들의 재능도 남다른데,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이나 그 부속학원 출신이라야 모란봉악단에 들어가고, 사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돈이나 권력이 크게 한몫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지방 예술학원 학생들은 ‘실력은 우리가 더 뛰어난 게 사실’이라며 은근한 질투심을 품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모란봉악단보다 잘한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감히 입에 올렸다고 비판하니 학생들의 억눌려 있던 감정이 건드려진 셈”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이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생일놀이도 조용히 해야 한다”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청년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는데, 2021년 제정된 ‘청년교양보장법’ 제35조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청년들이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 비도덕적이며 비문화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외면하거나 묵과하지 말고 즉시에 투쟁을 벌려 그들이 사회적인 비난과 압력 속에 배겨나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년동맹 조직이 학생들의 개인적인 생일파티까지 사상적인 문제로 다룬 것은 이런 법적 지침이 현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