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호소하는’ 지도 방식 강조…‘감정 정치’ 제도화 시도

“담화문 하나를 작성하고 말하더라도 감정 담으라”…새로운 당 사업 지도의 핵심 방향으로

2025년 10월 12일 조선노동당 창건 80돌(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보장성원(행사 요원)들을 축하격려/ 노동신문 13일 보도. 제목 "조선노동당 만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2일) 당 창건 80돌(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보장성원(행사 요원)들을 축하·격려하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함께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 지도 방식을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전당적 학습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보장성원들을 축하 격려하며 직접 낭독한 감사문이 심금을 울린 것처럼, 당 사업 지도에서 감정에 호소해 대중을 감화·감동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20일 “전체 중앙기관급 당조직의 책임비서 및 조직비서를 대상으로 ‘지난 12일 원수님의 축하문을 학습하라’는 중앙당 지시가 15일 하달됐다”고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당중앙의 방침에 따라 15일 아침 독보시간(출근 전 학습시간)에 1급 기업소 이상의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조직비서들이 원수님의 축하문을 집중 학습했다”며 “이달 말까지 이를 기초자료로 한 심화 학습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학습은 단순 암기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처럼 마음으로 다가가는 정치 지도 방식을 당 사업 전반에 적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의 보고서 한 줄을 써도 인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쓰고 진심을 담아 읽어라”, “담화문 하나를 작성하고 말하더라도 감정을 담으라”는 게 중앙당의 요구다.

당은 과거의 당 사업 지도 방식이 지시나 명령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인간적 접근을 통한 감정적 호소로 대중들의 감동을 유발해 자발적인 충성심을 유도하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감정형 지도’를 새로운 지도 방식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주민들을 효과적으로 선동하기 위한 ‘감정 정치’의 제도화 시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현재 당에서는 ‘전당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며 “모든 당 일꾼이 인민들과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신뢰를 쌓음으로써 당을 인민에게 더 가까운 ‘어머니당’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당은 이번 학습을 지시하면서 김 위원장의 따뜻한 말과 사랑이 담긴 감사문에 참석자들이 크게 감동해 눈시울을 붉혔다면서 현장이 눈물과 격정의 바다가 됐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원수님은 당 일꾼 천만이 있어도 대신할 수 없는, 인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인간 중의 인간이자 위인 중의 위인이다. 그분의 인간미를 닮아가자”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 지도 방식은 학습이 마무리된 후인 내달부터 당 사업 지도 실무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요즘은 당 문건 하나를 써도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정치, 감정으로 지도하는 정치가 새로운 당 사업 지도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가 마무리된 이후 행사를 치른 참가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함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모두에게 이 마음을 꼭 전하고 싶어서 오늘 행사 참가자들이 다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한 것”이라며 “나에게는 여러분들 모두가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하다”며 사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