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는 한반도가 북·중·러 정상들 간의 결속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된 복잡다기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전략적 연계를 이처럼 도모하는 이유는 핵·재래식 무기 능력의 확장, 고강도 군사적 공세를 통한 기존 제재 우회, 그리고 국제질서 내 자신들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였고, 러-우 전쟁을 계기로 북·러 간에는 외교적·군사적 협력 범위를 넘어 전방위적 차원에서 그 협력 수위를 한층 강화함에 따라 사실상 혈맹 수준으로 격상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북·러 검찰 및 형사사법 공조 동향
지난해 7월 러시아 크라스노프 검찰총장과 북한 김철원 최고검찰소 소장이 만나 북‧러 검찰기관 간 협력 협정을 갱신, 동 협정 관련해 2024~2026년 계획서를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2025년 8월 북한의 최고검찰소 윤광원 부소장 등 대표단이 방러한 사실이 조선중앙통신 보도(2025.8.4.)를 통해 확인되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러시아 방문한 최고검찰소 대표단, 형사사법 공조 강화 논의) 동 협정은 지난 2010년 처음 도입된 이래, 최근 체계적·실질적으로 북·러 간 협력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첨단 범죄 대응력 및 국가통제 강화, 양 사법기관 현대화와 국제무대 공조 확대를 의미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형사 사건 법률·법 집행 지원, 첨단·신종범죄 대응, 교육·연수·인력 교류, 공동연구·제도 발전, 법 집행 경험 공유 및 출판물 교환, 정기 방문 및 협력 교류 등이 포함된다. 형사사법 공조 범위와 관련해 형사 사건 전반, 특정 범죄 대응, 정보·자료 교환, 인적 교류, 공동연구가 해당되며, 일반적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 기준상 외교·사법기관 통한 공식적 루트 유지, 쌍방향 인적교류·제도교류 및 정보공유 등 범죄 대응력 강화 절차에 준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디지털 통화·금융범죄, 부패, 권력 남용, 환경 범죄,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범죄 대응 협력, 실무급 워크숍, 인력 교류 행사 등을 2026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사이버범죄 대응 경험을 북한에 적극 공유, 북한의 검찰 관계자를 러시아로 초청해 실무 연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러는 이제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제도적․법적 저변 확장, 첨단 범죄 및 신안보 이슈 관련 공동 대응에 방점을 두며 최근 검찰 제도의 현대화, 형사사법 공조, 인력 교류, 제도적 협력 등 법 집행·사법 분야 협력을 급속도로 확대하는 중이다.
북·러 형사사법 분야 협력의 국제법적 의미
북한과 러시아의 사법기관 간 인력 교류, 첨단 범죄 대응 및 형사사법 전반에 걸친 경험 공유 등 일련의 모습들은 북·러 간의 군사·경제분야 협력을 넘어 사법 및 법 집행 부문까지 확대되는 포괄적인 국가협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외부 압력에 맞서는 공동 대응 의지를 표출하는 방식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북·러는 검찰 간 협약 체결 후, 실무급 인력 교류와 범죄 대응 경험·기술 공유를 통해 제도적 실질성을 확보하고, 디지털․IT 범죄 등 신흥 분야를 포괄한 국제다중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와 같은 형사사법 공조 확대는 국제사회의 책임규명(accountability) 노력, 유엔 등 다자제재 체제와의 충돌 가능성, 범죄·사이버 영역에서 새로운 국제협력 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북한 검찰 및 사법 인프라 현대화, 기술적 역량 강화, 러시아로부터의 제도 및 노하우 이전이 이뤄져 북한의 내부 통제 및 국가체제 강화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간의 제도적 사법 협력 강화는 북한의 범죄적 활동 은폐 및 제재 회피 능력을 중장기적으로 크게 증대시키고, 국제사법 공조의 실효성과 글로벌 규범의 통합성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작동시킬 가능성이 상당하다. 북·러가 독자적인 법 집행 및 정보보안 동맹 강화 시, 글로벌 사이버·형사범죄 대응 규범의 블록화, 세력 대립, 해커 등 비(非)국가적 자산 소환 및 은닉 통로 강화 등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 요소가 확대할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러시아가 사이버범죄·금융범죄 등 북한발 국제범죄 관련한 다른 국가들의 사법공조 요청에 미온적이거나 거부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엔, 한·미·일, EU 등 사법공조 체제가 북한 관련 범죄에 대해 실질적 집행력을 상실하면서 북한 IT 인력 또는 범죄 조직의 법적 은신처 제공 효과를 가져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로 러시아는 자국 내 북한 해커나 범죄조직 활동 등에 대해 국제사회의 수사 요청을 무시하거나 주권을 명분으로 비협조적 행동을 보여 왔는데, 북·러 협력 강화 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가 북한과 법·제도 협력에 기반한 정보를 공유하고, 인력을 교류하는 등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면 북한은 러시아 경제, 사이버, 금융, 법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제재를 우회할 가능성도 커진다. 일례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암호화폐 탈취, 암거래 등 행위가 러시아의 기술·금융망을 통해서 세탁 혹은 은폐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제재 회피 관련한 구조적 통로이자 실질적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의 안보리 제재 체제에서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 등 대북제재 공동이행을 저해할 경우, 제재 실효성 약화 및 감시·정보공유 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사법 및 사이버안보 규범 형성에 공동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제정보안보체제에 대한 비협조, 새로운 반서방 규범 창출 등 기존 세계질서와의 마찰 심화도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의 국제정보안전보장체제 형성에 대한 참여, 사이버 작전의 전략적 모호성 증대, 외부 감시 우회 등 글로벌 거버넌스의 복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와 북한 간 사법 및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강화는 안보리 결의 위반 및 국제법상 책임, 사이버안보·형사사법 공조 약화와 법질서 훼손, 집단안보체제 및 국제평화에 대한 도전, 국제사회의 책임 촉구와 대응 강화 등 의미를 폭넓게 내포한다. 독자적 형사사법 협력 시스템 구축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협약(Budapest Convention on Cybercrime) 등 기존 국제사법공조체계의 글로벌 거버넌스와의 상충, 글로벌 규범의 집행력과 연계성을 약화시킬 소지도 농후하다.

러시아가 북한의 금융·디지털 자산, IT 기반 범죄 등 신종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거나, 조사·수사 노하우를 전수하는 행위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ILC 국가책임법 제16조 등 국제위법행위지원금지원칙(Principle of Non-Assistance to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저촉 가능성이 농후하며, 제재 회피를 위한 법․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법상 책임 논의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무기 거래, 파병, 신기술 지원)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1718호 등)에 대한 명확한 위반이며, ICT 범죄 역량 공유, 첨단 기술·인프라 이전 역시 군사·신기술 분야의 제재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우회적 지원’이 국제법위원회 국가책임법(ILC Draft Articles on State Responsibility) 제16조 등 국제위법행위지원금지 원칙에 저촉될 수 있고, 국제법상 중대한 위반 상황에 가담한다거나 침략·유린 전쟁 지원 등 그 유지를 지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인정하거나 지원해서는 안 된다(ILC 제41조 제2항).
국제위법행위지원금지원칙이란 한 국가가 국제위법행위를 인지하고도 타국을 지원할 경우 국제법상 공동책임을 지며,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 외교적·법적 대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서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 위반 관련해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협약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고 신속한 수사·자료 공조 및 법적 협력 실현을 위한 대표적인 국제규범으로 사이버안보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사이버 공간상 북·러 연계는 부다페스트 협약 등 국제협약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며, 글로벌 규범 대신 자국 주권 및 비간섭을 내세워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통제망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북·러 ICT 및 사법 협력은 국제무대에서의 집단안보 및 공동대응 체제를 훼손하고, 이로 인해 제재 무력화와 사이버 공격, 랜섬웨어 등 신흥안보 위협 확산을 야기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제재를 저지한다거나 관련 결의 이행을 방해할 경우, 국제법 체계의 균열과 규범 약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및 과제
한국 정부는 북·러 협력 고도화 위협에 대비해 대북 억제 및 강경 억지력, 제재 관리 및 법치 외교 강화, 사이버안보·신흥안보 중점, 외교 다변화 및 균형외교 틀을 바탕으로 사이버 및 법치 기반 안보전략 수립과 유연하고 실질적인 국제공조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범죄 주체인 해커 조직, 프록시 기업, 가상자산 관련 자산 등에 대한 독자제재 트랙을 상설화하고, 실질적인 금융-외환거래 차단과 국제표준 기반 가상자산 탐지 및 차단기법, 해킹 진원지 실시간 추적시스템 도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우리 주도의 동맹 및 우방국 간 형사사법공조(Mutual Legal Assistance, MLA) 체계 강화와 실무 협의체 신설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러의 ICT, 군사, 경제협력 동향 정밀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무인기, 신형 사이버전 등 신흥 위협에 맞춘 방위력 체계의 혁신 및 첨단 무기·AI 기술 통합 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한편, 우리의 대북제재 정책 관련해 북한의 신종·첨단 제재 회피 수단에 대한 대응력 강화, 제재 집행력과 국제공조 플랫폼 혁신, 국내외 법․제도 보완과 전문인력 양성, 대북 인도주의 지원 및 예외 규정의 투명성 등 각종 보완책도 필요하다. 북한은 러시아 및 제3국 협력을 통해 가상자산, 사이버범죄, 불법 암거래 등 비전통적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거나 무력화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실시간 탐지·추적·분석 체계의 미흡한 점을 토대로 단독 및 동맹 공조 하, 고도화된 추적시스템과 법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유엔 등 다자제재체계는 유동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실효성 있는 독자제재와 미국·EU·호주 등 국제 네트워크와의 연계 실행력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 관련 사이버범죄·가상자산 제재 등 신종 범죄 대응을 위한 개정 법률 마련과 수사·집행 인력 상시화 및 전문화, 제재 대상 신규 지정, 관련 데이터베이스 신속한 통합 갱신 등 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식량, 의약품 등 제재 면제 대상 관리와 집행의 투명성·책임성 실질 강화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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